휠체어를 탄 장애인 손경숙씨가 지난 27일 체험홈 문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대구 장애인공동체 다릿돌, ‘체험홈’ 열어
여성 5명 석달동안 자활훈련
지난 27일 혼자서는 몸도 가누기 힘든 중증장애인들이 가족의 보호나 시설 생활을 떠나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위해 ‘체험홈’ 생활에 들어갔다.
임은현(24·소아마비 1급 지체장애인)씨 등 여성 중증장애인 5명은 앞으로 3개월 동안 2개 조로 나뉘어 체험홈으로 지정된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황금아파트 김순원(53)씨 집에서 생활한다. 이곳에서 요리하기, 청소하기 등 집안일뿐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가 혼자서 시장보기, 은행에서 통장 만들기, 동사무소에서 민원서류 떼기, 영화보기 등을 배운다.
체험홈을 마련한 ‘장애인 지역공동체’ 부설 ‘다릿돌 아이엘센터’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의 머릿글자)는 “활동보조인은 휠체어를 밀어주든지, 손을 맘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 서류에 글씨 쓰는 걸 도와주는 등 간단한 도움만 줄 뿐, 하루 일과표 짜기, 금전 관리 등 대부분은 장애인이 스스로 모든 의사 결정을 한다”고 밝혔다.
체험홈에서는 ‘궁금해요. 아우성’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중증장애인이 이성 문제나 결혼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있고, ‘편의시설 119’ 시간에는 지역사회에서 불편하고 불합리한 점을 찾아내 주민들과 토론도 한다.
친구의 권유로 체험홈에 들어온 임씨는 “여기서 홀로서기를 배워 내 자신만의 생활을 찾겠다”며 “그동안 꿈도 꾸지 못했던 여행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좋아하는 시도 써 보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텔레비전이 세상과 유일한 소통수단이었다는 손경숙(37·소아마비 1급 지체장애인)씨도 “그동안은 길을 몰라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는데, 이번에 길을 잘 익혀서 외출도 하고 마음에 드는 옷도 사 입고 싶다”고 말했다.
다릿돌 아이엘센터는 2004년에 남성 중증장애인 2명을 상대로 체험홈을 실시해 독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운 바 있다. 박명애(53·소아마비 1급 지체장애인) 장애인 지역공동체 대표는 “여성이기 때문에 독립하기가 더욱 힘들어 나 역시 결혼할 때까지 집에만 있었다”며 “나처럼 어리석게 살지 말고 스스로 일찍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체험홈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대구/글·사진 구대선 기자, 이은지 인턴기자
(경북대 신문방송 졸업) sunnyk@hani.co.kr
(경북대 신문방송 졸업)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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