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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요것이 태평양 건너는 물건이랑께”

등록 2006-07-27 21:37

장애인 정보활용경진대회 특별상 김윤섭씨
검색창에 치기만하면 줄줄…컴퓨터 재미 ‘푹~’
“요것이 물건은 물건이더랑께.”

제2회 광주·전남 장애인 정보활용 경진대회에서 특별상을 받은 김윤섭(67·광주시 서구 쌍촌동)씨는 6년 전 ‘그 물건’을 처음 만났다. 텔레비전에서 컴퓨터와 정보화 관련 프로그램을 보고 ‘저것이 뭐실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알탕갈탕 모아뒀던 비상금을 털어 컴퓨터를 덜컥 들여 놓으면서도, “배우다가 실패하면 친척한테 줘버리자”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처음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땐, “태평양 가운데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컴퓨터를 잘못 만져 서비스 센터에 연락해 프로그램을 다시 깔기 수 차례 …. 어쩔 수 없이 한달 과외비를 건네고 옆집 고교생 ‘컴도사’를 스승으로 들이고 컴퓨터 켜고 끄는 것부터 익혔다. 이어 광주시립장애인복지관의 컴퓨터 교육 두달 과정에 도전했다. 김 할아버지는 “억수처럼 장맛비가 쏟아지는데도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고 했다. 자판을 익히고 문서 작성법을 배우니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검색창에 뭐든지 단어를 치고 엔터만 딱 치면 답이 줄줄줄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1978년 척추 수술 이후 지체1급 장애 판정을 받고 휠체어에 의지해 12평짜리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그에게 컴퓨터가 점차 친구가 됐다.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다가 날밤을 새기도 했고, 문서로 일기도 써보았다. 주변 친구들에게 이 물건을 배우라고 권할 때마다, ‘아, 이 나이에 고것 배와서 어따 쓰겄는가’하는 대답만 돌아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시험 치르고 나서 컴퓨터가 보기도 싫어졌어.” 김씨는 지난 26일 전남체신청 전산교육장에서 열린 정보 검색 대회에 참가해 최고령으로 특별상을 받았지만,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260명이 참가한 예선대회를 뚫고 본선에 진출했던 그는 문서 작성 시험 문제 글씨가 작아 애를 먹었고, 자판 치는 것이 젊은이들보다 느렸다. 정보 검색 시험은 “집에 돌아와 다시 찾아보니 10문제 다 맞힐 수 있는 것 들”이어서 더욱 큰 아쉬움이 남았다. 그는 “시방 확 요놈을 팔아불까 생각하고 있다”며 최근 새로 산 컴퓨터 자판을 어루만졌다.

글·사진 광주/정대하 기자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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