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어패류 보관팩’ 특허낸 정신지체장애 발명가 박재두씨

“장애는 불편일뿐 능력의 차이는 아니다.”

정신지체 3급의 장애를 가진 박재두(42·경남 마산시 추산동)씨는 최근 더운 여름철 상하기 쉬운 어패류를 오랜 기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대형 비닐 포장용기를 개발해 특허등록을 마쳤다. 1999년 1차로 개발한 어패류 보관 팩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모델이다.

박씨는 정신지체로 말도 어눌하지만, 발명에 대한 집념과 열정, 사물에 대한 호기심은 누구도 따르기 힘들 정도다. 경북 예천의 농촌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넉넉찮은 가정형편에다 학업능력이 떨어져 고교를 중퇴하고 홀로 부산으로 갔다. 이후 그는 부산과 마산에서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기술학원을 다녀 냉동기계 기능사 2급 자격을 땄다.

그가 어패류 포장용기를 발명하게 된 건 지금은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고2와 중3 두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에서 비롯됐다. 6년 전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갔다가 아이들이 개울에서 잡은 물고기를 집에서 길러보겠다며 가져왔는데 두 시간도 안돼 물고기가 모두 죽은 것이 동기가 됐다. 울고불고 하는 아이들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는 일반 비닐 팩에 공기 필터를 부착함으로써 내부의 물과 공기가 밖으로 새지 않으면서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원리를 이용해 특수 포장용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일반 포장용기는 물의 온도상승과 공기의 출입 때문에 살아 있는 물고기를 오래 보존할 수 없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그는 “깨끗한 물로 갈아주기도 쉽고 용기 안의 수온을 5~10℃로 유지함으로써 살아 있는 어패류의 생명력을 6개월 가량 지속시켜 보관할 수 있다”며 포장용기를 자랑했다. 그는 99년 특허등록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이를 개선해 더 많은 어패류를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포장용기를 개발해 다시 특허등록했다.

그는 이 발명품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실패했다. 부인과 이혼을 했고 두 아들과도 떨어져 살게 됐다. 살던 집마저 빚으로 날리고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해가며 겨우 끼니를 잇고 살지만, 얼마 안되는 폼삯의 대부분을 발명하는 데 쏟아붓고 있다.

그는 현재 살아 있는 꽃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휴대용 팩을 개발 중이며 자신의 발명품을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특허에 관심이 있는 후원자를 찾고 있다.

박씨는 “외는 게 남보다 느려 어려움이 많았고 시행착오도 여러 차례 겪었지만, 하찮은 물고기라 할지라도 생명을 아낄 줄 아는 아이들을 생각해 힘든 줄 모르고 발명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산/글·사진 신동명 기자, 오주원 인턴기자(경성대 신문방송4) tms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