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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마음의 눈’으로 세상 보며 살게요

등록 2006-07-26 10:20수정 2006-07-26 10:58

엄마와도 같았던 임신자씨와의 이별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일까. 삐찌싸의 눈안에 가득 담긴 물기가 멈출 줄을 모른다.
엄마와도 같았던 임신자씨와의 이별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일까. 삐찌싸의 눈안에 가득 담긴 물기가 멈출 줄을 모른다.
한국서 소리 되찾고 고향 돌아간 ‘고아소녀’ 삐찌싸
지난 7월6일 오후 8시30분.

프놈펜으로 향하는 티지(TG) 658 보잉기가 타이공항을 이륙해 구름 위로 날아올랐다. 임신자씨는 창밖의 붉은 노을에 시선을 거두고 금방 잠이 든 삐찌싸(6월14일치 25,26,27면)를 바라본다.

삐찌싸를 고향 마을로 데려다 주는 길.

표정은 굳어있고 말이 없다.

아이의 좀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땅을 함께 밟은 지난 1년여 동안의 기억들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던 탓일까. 긴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작은 두려움 때문일까. 신자씨는 12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 내내 별다른 말이 없다.

35도의 한낮더위가 가라앉은 이날 자정 무렵.

삐찌싸가 자비의 빛(예수회장애인보호시설)에 들어서자 잠도 자지 않고 기다리던 원장과 장애인 친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반겼다. 1년 새 성큼 자란 삐찌싸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는 쌓였던 그리움이 가득 묻어났다. 그들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소식에 신기해하며 툭툭 말을 건네기도 했고 삐찌싸는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상대방을 더듬으며 체취를 기억하려 애를 썼다.

서로 손을 만지고 머리를 쓸어안으며 옛기억을 꺼내놓는다. 1년여의 그리움은 그렇게 한순간에 채워졌다. 고향을 찾은 삐찌싸는 갑작스레 바뀐 환경이 조금은 버거운 듯 했지만 이내 익숙했던 손길의 느낌을 찾아 그 안에 편안히 자신을 맡겼다. 가만히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신자씨는 그제서야 무겁던 마음을 조금 걷어낼 수 있었다.


세상의 소리를 얻은 삐찌싸의 앞날이 평온해지리라는 기대를 다시 품으면서….

프놈펜/사진·글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지난 7월 6일 오전 인천공항. 맑음터의 언니들이 환송을 나와 아쉬운 이별을 나눈다.(왼쪽) 비행시간 내내 신자씨는 삐찌싸를 품에 안았다.
지난 7월 6일 오전 인천공항. 맑음터의 언니들이 환송을 나와 아쉬운 이별을 나눈다.(왼쪽) 비행시간 내내 신자씨는 삐찌싸를 품에 안았다.
자비의 빛에 들어선 삐찌싸.
자비의 빛에 들어선 삐찌싸.
“누군지 알아보겠니?” 1년만에 만난 친구들을 삐찌싸가 체취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
“누군지 알아보겠니?” 1년만에 만난 친구들을 삐찌싸가 체취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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