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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살길 마련” 애절한 호소 차가운 시선

등록 2005-02-20 19:06수정 2005-02-20 19:06

20일 낮 서울 강서구 강서 성모병원 영안실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지난 18일 강서구청에서 자살한 주아무개씨의 시신이 유족들의 오열 속에 운구되고 있다. 탁기형 기자
20일 낮 서울 강서구 강서 성모병원 영안실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지난 18일 강서구청에서 자살한 주아무개씨의 시신이 유족들의 오열 속에 운구되고 있다. 탁기형 기자

생활고 비관 자살 장애인통해 들여다본 세상

생활고에 시달리며 신병을 비관해 온 한 장애인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장애인 지원정책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급 장애인 주아무개(52)씨가 노끈으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 18일 밤 10시10분께. 살 길을 마련해 달라며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서울 강서구청 정문 앞에서였다. 주씨는 평소 “자살하겠다”며 노끈을 목에 두르고 다녔다고 한다.

장애수당·생계비등 연 870만원 정부지원
두딸과 살기엔 턱없어

강서구 등촌동 11평짜리 영구 임대아파트에 살던 주씨는 1990년대 초반부터 신경계통 질환을 앓기 시작해 결국 하반신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를 얻었다. 그 뒤 95년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았다. 구청 쪽 말로는, 지난해 생계비(월 67만6840원) 장애수당(9만원)을 비롯해 교육 급여, 긴급 구조금 등으로 모두 870여만원을 지원받는 등 공적 부조만으로 생계를 꾸려왔다. 아내는 15년 전 집을 나가, 주씨가 두 딸과 자신의 생계를 모두 책임져야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을 통해 전동휠체어를 포함해 2년 동안 640여만원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했다.


이처럼 장애 정도가 심한 1~2급 장애인이 다른 소득원이 전무할 경우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돈(1인가구 기준)은 장애수당, 지자체 자체 책정 지원비 등을 합쳐 4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식구가 더 있을 경우 액수가 늘어나지만 그나마 재산 등의 이유로 차상위 계층으로 분류되면 현저히 줄어든다.



“장애인 연금제도등 근본 지원책을” 촉구

통계는 ‘장애’와 ‘빈곤’이 동일시되는 우리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04년 6월 말까지의 등록장애인 153만명 중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 빈곤층은 28만7천명으로 전체의 18.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가장 최근 조사인 보건사회연구원의 ‘2000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장애인 가구의 절반 이상인 52.5%가 월 100만원 미만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들의 경우 장애 가구의 소득이 비장애인 가구 소득의 평균 85%인 반면, 우리는 62%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이 연구에서 장애인 가구는 비장애인 가구보다 의료비·교통비 등 한 달에 15만8천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장애인의 최저생계비 자체가 별도로 산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1급 뇌성마비 장애인인 이승연(32)씨가 “정부 지원 최저생계비로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낸 헌법소원을 지난해 10월 기각했다.

한국장애인총연맹은 20일 주씨의 자살과 관련한 성명서에서 “이번 사건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가적 차원의 복지시스템이 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장애인이 처한 신체적·사회적·심리적 상태 등을 고려해 장애인에게 지원돼야 할 기준과 비용 산출 방식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이런 사건이 앞으로도 연이어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의 근본적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국민의 소득보장 제도인 국민연금이 일정한 직업이 없는 장애인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별도의 장애인 연금제도를 만드는 방안 등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의 박숙경 팀장은 “법이 정한 최저임금 정도는 받아야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냐”며 “당장 아무리 많아도 10만원을 넘지 않는 장애수당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성 이형섭 서수민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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