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색소폰 달인 이병하씨
“영화 〈마이 웨이〉 주제곡은 언제 연주해도 새로운 감동과 용기를 줍니다.”
빼어난 색소폰 연주솜씨의 1급 시각장애인 이병하(28·광주 서구 쌍촌동)씨는 요사이 광주지역에서 벌어지는 연주회·결혼식·기념식에 가면 종종 만나게 된다.
이씨는 9살 때 녹내장 수술의 후유증으로, 14살 때 후배와 부딪치는 사고로 양쪽 시력을 차례로 잃었으나 활달한 성격 덕분에 좌절 고비를 넘어설 수 있었다.
그는 세광학교 중학과정부터 연주자를 꿈꾸며, 호소하는 듯한 색소폰 음색에 빠져 들었다. 악보를 볼 수 없어 곡조를 10~20차례 들어 외운 뒤 연습하는 어려움을 군말없이 받아들였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두 시간 이상 연습에 몰두한 끝에 교육부장관상과 특수교육협회장상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대학에서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딴 뒤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취업재활 교사로 활동하며, 시각장애인 경기인 골볼 감독, 아마추어 무선 회원, 2인용 자전거모임 회원 등으로 바쁘게 살았다.
또 2004, 2005년 〈한국방송〉 제3라디오 ‘우리는 한가족’과 〈광주평화방송〉 ‘함께하는 세상 오늘’ 등의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생업인 안마일에 바빠서 일주일에 서너 차례 한 시간 정도밖에 연습을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래도 100여곡은 너끈하게 연주할 수 있다. 20일에는 광주시 장애인의 날 기념무대에 김범수의 〈보고 싶다〉,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연주해 열띤 박수를 받았다.
그는 “방안에 있지 못하고 맘먹은 일들을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며 “빼어난 음악성을 갖고도 재능을 썩이고 있는 시각장애우들을 위해 언젠가 멋진 라이브 카페를 열고 싶다”고 했다.
그는 24살 때 성격과 얼굴에 반했다는 비장애인 아내와 결혼해 2남1녀를 두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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