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어려워” 해명
일부 장애인 단체들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기물을 부수거나 사람을 폭행하는 등 행패를 부린 뒤 건설회사들로부터 ‘구경하는 집’ 설치권리를 따온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일부 건설업체 및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ㅇ장애인협회 중앙회 및 경기도지부, ㄱ봉사회 영등포지부, ㅎ장애인복지회 중앙회 등 장애인 단체 5곳은 지난 1~2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 시공업체인 현대·지에스·쌍용건설 쪽에 ‘구경하는 집’(실내장식 본보기집) 설치권을 거저 내달라며 아파트공사현장을 찾아와 폭력을 행사했다.
‘구경하는 집’이란 실내장식업체들이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기 전, 아파트 한 채에 섀시 설치·베란다 확장 등 실내장식을 해놓고 입주 예정자들을 상대로 공사 신청을 받는 곳이다.
이들 장애인단체의 대표격인 ㅇ장애인협회는, 지난 1월 이후 소속 회원 장애인 10~15명 가량을 아파트공사현장으로 동원해 시공사 관계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구경하는 집’ 설치권을 요구했다. 이들 장애인들은 경비업체 직원들에게 소화기를 쏘고 주먹을 휘두르다 현장 사무실로 쓰는 가건물을 일부 부수기도 했다고 시공업체 관계자들은 밝혔다.
결국 도곡렉슬 단지 3개 건설업체는 지난 2월 상순께 장애인 단체 5곳에 2채씩 모두 10채의 ‘구경하는 집’ 설치권을 내줬다. 이 가운데 ‘ㅇ장애인협회 중앙회’는 실내장식공사 30여건을 수주해 매출 3억5천여만원을 올렸다. 다른 한 장애인단체는 자신들이 지분을 가진 실내장식업체에 설치권을 넘겼고, 또다른 단체는 실내장식업체에 2천만원 가량을 받고 설치권을 팔았다.
이에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가지 않았고 준공 검사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구경하는 집’ 공사를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상대가 장애인들이라서 원칙적인 대응이 어려웠고, 경찰도 손을 쓰지 못해 설치권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 요지에 자리한 3천세대의 대단지라서 실내장식 공사를 노린 장애인 단체들이 더욱 극성을 부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설치권을 받은 ㅎ장애인복지회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보다 먼저 ‘구경하는 집’을 지으려다 무리한 점이 있었다”며 “정부에서 받는 지원금만으로는 회원들의 생계나 캠페인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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