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39일째 농성을 벌여온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 80여명이 27일 오후 서울 한강대교 북단 150여m 지점에서 편도 3차로를 점거하고 노들섬까지 기어가는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15분부터 차로를 가로막은 채 일부는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가고 일부는 휠체어를 타고 1시간에 1m 가량 움직이는 속도로 이동해 6시간 가까운 저녁 7시50분께 일부가 노들섬에 도착했다. 경찰은 4개 중대와 여경을 배치해 해산을 유도했으나 ‘이동 시위’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이들이 시위를 벌이는 동안 한강로엔 퇴근길 차량이 뒤엉켜 극심한 혼잡을 겪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대표는 이날 시위에서 “서울시가 7천억원을 들여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지으면서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생존권이 달린 활동보조인 제도를 외면하고 있다”며 “장애인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시위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서울광장에서 노숙시위를 해온 이들은 서울시에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확대하고 이를 지원하는 내용을 조례로 제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6일 “농성 장애인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활동보조 서비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시의 장애인 관련 예산 중 30억원을 전용해 활동보조 서비스 대상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활동보조인 조례 제정은 현재 상위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어서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이유주현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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