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장애학생 가르쳐 교육부총리상 받는 권옥희씨
서울농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권옥희(53) 선생님은 입모양이 유난히 크다. 입모양이 큰 만큼 목소리도 크고 발음도 또박또박하다.
장애학생을 가르친 지 11년째인 권 교사는 정신지체학생을 5년 동안 가르치다가, 6년 전부터 서울농학교로 옮겨 청각장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권씨는 자신의 큰 입모양과 큰 목소리를 ‘직업병’이라고 했다. “수화가 기본이지만 입모양을 보고 알아듣는 얘들이 많아요. 그래서 비장애인들과 이야기할 때도 크고 또박또박 얘기한답니다.” 77년부터 비장애학생을 가르치던 권씨는 우연치 않은 기회에 경기도 안산 한국선진학교에서 장애학생을 가르치게 됐다. 정신지체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인 이곳에서 권씨는 힘들었지만 즐거웠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항상 정신을 집중해야 해요. 안 그러면 물감 푼 물을 마시고, 막대 풀을 베어먹죠.”
2000년 서울농학교에 와서는 좀 다른 종류의 벽에 부닥쳤다. 비장애학생과 다른 점이 거의 없는 모습에 더 큰 기대를 품게 되더라는 것.
기대가 생기자 실망도 따라 생겼다. “청각장애학생들은 겉으로 봐서는 전혀 구분이 안돼요. 하지만 비장애학생보다 추상적인 개념이 적어요.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교육이 부족한 것이 더 큰 이유지요.” 권씨는 그런 사실을 깨닫고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니, 욕심도 사라지고 실망도 줄었다고 했다.
지금 권씨는 농학교 196명의 천사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고 있다. 그런 권씨에게 교육부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교육부총리 표창을 주기로 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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