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편치않은 몸에도
“자기에게 노력하는게 좋아”
혼자 터득한 화장 비법 담아
CGV 상암 등서 무료 상영
“자기에게 노력하는게 좋아”
혼자 터득한 화장 비법 담아
CGV 상암 등서 무료 상영
분홍 립스틱 바르며 ‘마음의 장애’ 지워요
송선희(34)씨는 열세살때 처음 걸었다. 갓난아기 때 뇌성마비를 앓았던 그는 재활치료를 체계적으로 받기 전엔 늘 엄마 등에 업혀 다녔다. 그러나 엄마는 딸에게 부지런히 세상구경을 시켰다. 시장에 자주 데리고 다니며 예쁜 옷과 핀, 새로 나온 물건들을 보여 주었다. 송씨도 어려서부터 꾸미는데 관심이 많았다.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송씨도 또래들처럼 립스틱과 분을 구입하고 본격적으로 화장을 시작했다.
근육이 말라붙고 뒤틀어져 똑바로 걷기도 힘든데 스킨과 로션은 어떻게 바르며, 눈썹은 어떻게 그릴까?
이 모든 궁금증은 그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10여 분짜리 짧은 단편영화 〈어쩜, 저렇게 예쁘게 하고 다닐까?〉에 들어 있다. 이 영화에선 송씨가 혼자 옷을 고르는 모습, 혼자 터득한 나름의 방법으로 화장에 몰두하는 장면들을 천천히 비춰준다. 가령, 스킨은 모두 흘러내리기 때문에 저렴한 제품을 사서 화장솜에 듬뿍 적셔 얼굴에 바른다, 에센스는 스킨보다 끈끈하기 때문에 그냥 손으로 발라도 괜찮다 등등.
영화 마지막에 송씨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몸이 불편하다고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지 말고, 꾸며도 뭐 봐주겠냐,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예쁘게 꾸미고 다니면 좋겠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우리를 지나가다 보게 되잖아요. ‘어, 몸이 저렇지만 아, 예쁘네~, 예쁘게 하고 다니네’. 그런 말을 들으면 자기도 좋잖아요. 자기에게 노력한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세상이 송씨의 노력을 늘 받아준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복지관에서 일하기 원했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취직에 실패했다.
그래서 의료기 제조업체에 6년을 다녔지만 박봉에 일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현재 송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송씨는 필기시험에 합격해도 면접에서 행여나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들어 떨어뜨릴까봐 몹시 근심하고 있다.
꼬마였을 때 빈방에 누워 송씨는 ‘서른 살 어른’을 이렇게 상상했다고 한다. ‘지금 이렇게 누워 있지 않고 뭔가 내가 맘먹은 대로 해내고 있을 것이다’라고. 서른 살이 훌쩍 넘었지만 그는 아직 맘먹은 대로 해낼 일을 완전히 찾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매일 거울에 자신을 비춰가며 노력하고 있다. 곱게 화장하는 맘으로 그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쩜…〉을 비롯해 한울장애인자활센터에서 장애인들이 만든 단편영화 〈장애인 스팀 세차 다큐 만들기 프로젝트〉, 〈장애인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짧은 기록〉 등 3편은 19일 저녁 7시 부산 씨지브이서면 인디영화관, 20일 오전 11시 서울 씨지브이상암 인디영화관에서 상영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글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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