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남 창원중앙고를 졸업한 곽지훈(18)군은 13년 개근상과 함께 학교장 특별상, 창원중부경찰서장상, 경남도장애인복지관장상 등을 휩쓸면서 졸업식장을 가득 메운 친구와 후배, 가족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곽군은 박수 소리를 보고, 느꼈을 뿐 듣지는 못했다. 태어난지 닷새만에 심한 열병을 앓는 바람에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2급 청각장애인이다. 하지만 곽군은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각과 조퇴 한번 하지 않고 13년을 줄곧 개근했다. 게다가 초·중·고등학교 모두 일반학교를 다녔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곽군은 항상 교실 제일 앞자리에 앉아 선생님의 입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수업을 받았다. “세상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소리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부모에게서 수화 대신 사람의 입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하는 구화를 배웠기 때문이다. 곽군은 어릴 때부터 반복해서 동화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입과, 텔레비전 자막방송을 보며 구화를 익혔다.
한살 아래 동생 지호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형과 함께 학교를 다니며 대변인 노릇을 했다.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글을 써서 이야기를 나눴다. 성격이 활달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 축구시합 때는 문지기를 도맡았다. 곽군은 어릴 때부터 각종 미술대회에 입상하는 등 미술에 소질을 보였다. 결국 곽군은 자신의 소질을 살려 창원전문대 그래픽디자인과에 진학한다. 그에게는 그래픽디자이너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곽군의 어머니 백재심(45)씨는 “우리 아들 지훈이가 너무도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사회에 진출하면 모든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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