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범죄를 저지른 여성 장애인들이 경찰 조사와 재판 등을 거치면서 언어폭력 경험 등 다양한 인권침해를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계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국사이버대학교 이은미 교수 연구팀은 24일 `형사정책연구' 최신호에 기고한 `여성 장애인 피의자의 인권실태 및 인권증진방안' 논문에서 장애여성 피의자의 인권 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2004년 7~8월 전국 구치소ㆍ교도소, 치료감호소에 수감 또는 감호 중인 지체장애 여성 13명 등 장애여성 24명을 심층 면접하는 방법으로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했다.

면접 결과 여성 장애인들은 체포 및 구속, 경찰수사, 검찰수사, 공판단계 등 사법절차의 단계마다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수사 관행에 따른 고충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에 응한 여성 장애인들은 체포ㆍ구속될 때 피의자의 권리를 고지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경찰 조사과정에서는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언어폭력 등을 경험한 사례도 빈번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응답자는 "여경에게 알몸 신체 검사를 받는 자리에 남자 경찰관이 동석해 수치심을 느꼈다"고 답했으며 다른 응답자는 "경찰관이 조사 도중 `살 좀 빼야 하지 않겠느냐. 임신한 배 같다'며 신체적 특징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한 장애여성은 "2001년 여름 경찰서 조사실에서 직원이 무작정 때리고 옷을 벗기고 뭘 한다느니 창자를 드러낸다느니 폭언을 하는 것도 모자라 6시간 동안 3~4명이 20여 분씩 때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속 경험이 있는 응답자 21명 가운데 18명이 영장실질심사 청구권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하는 등 장애 여성들이 구속되면서 법이 정한 권리를 제대로 설명 듣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의사소통이 어려운 청각ㆍ언어 장애인은 경찰과 대화를 할 수 없는데도 수화 통역이 이뤄지지 않아 피의자 권리 등을 전혀 고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물리적인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은 없었으나 조사 과정에서 위압적인 태도와 모욕적인 발언을 경험했다는 진술이 있었다.

청각 장애인들의 경우 공판 단계에서 판사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고 변호인들도 피의자의 장애 상태를 잘 이해하지 못해 효과적인 변호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판사의 설명을 잘 듣지 못해 벌금분할납부제도를 몰라 노역장에 유치된 장애 여성도 있었다.

연구팀은 "장애여성 피의자는 `장애'와 `여성'이라는 특성으로 지속적인 인권침해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이 여성 장애인의 유형과 장애정도, 특별한 필요와 요구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