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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100만불자리 다리의 ‘휠체어 우정’

등록 2006-02-22 19:59

광주대 졸업한 1급 장애인 최승규·박종열씨
22일 오전 11시 광주대 졸업식장에서 사회복지학과 졸업생 최승규(37·뇌성마비 1급장애)씨는 휠체어에 앉아 눈물을 글썽였다. 최씨는 이날 4년 동안 휠체어를 밀며 통학을 도와주던 후배 박종열(34·정신지체 장애1급)씨에게 졸업장과 학사모를 안겼다.

최씨는 10여 년 전부터 광주 남구 진월동 장애인복지시설 ‘작은 예수의 집’에서 생활하며 초중고교를 검정고시로 마쳤다. 최씨는 2001년 광주대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하고서도 휠체어 없이는 혼자 돌아다닐 수 없어 한때 입학을 포기할까 고민도 했다.

그때 작은 예수의 집 동료 원생 박씨가 “휠체어를 밀어주겠다”고 나섰다. 20~60대 원생 14명 가운데 박씨가 가장 건강해 최씨의 다리가 되주기에 적격이었던 것이다. 최씨는 이듬해 두려움을 안고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다. 박씨는 4년 동안 최씨 휠체어를 밀고 강의실에 와 책장을 넘겨줬다.

컴퓨터 다루기가 힘들어 과제물 제출이 참 보통 일이 아니었지만 그는 박씨 도움으로 강의에 거의 빠지지 않고 마침내 사회복지사(2급)와 평생교육사(2급) 자격증을 땄다. 광주대는 졸업식장에서 최씨에게 봉사상을 줬다. 최씨는 대학 동아리 ‘아우러기’에서 장애인 인권 향상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박씨에겐 특별선행상이 돌아갔다.

박씨도 4년 동안 대학에 동행하며 놀랍도록 변했다. 최씨는 “종열이가 처음엔 학생들을 만나도 노려보거나 아는 척을 거의 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처음 만나도 미소지을 정도로 변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씨에게 “방학이 되면 오히려 지루하고 심심하다’ 할 정도로 사람 만나는 것이 즐거워졌다고 했다.

최씨는 다음달 12일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시험 준비로 바쁘다. 최씨는 “작은예수의 집 원장님 도움과 대학과 주변의 배려로 졸업장을 받게 됐다”며 “1급 사회복지사가 돼 원생들 아픔을 더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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