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물바람숲

씨앗을 영양 똥처럼 위장…쇠똥구리 속여 땅에 묻게

등록 2015-10-13 20:17수정 2015-11-04 10:44

 사진 제러미 미즐리 제공
사진 제러미 미즐리 제공
물바람숲
식물이 번식을 위해 동물을 속이는 일은 흔하다. 어떤 난의 꽃은 암컷 벌 무늬를 갖춘데다 페로몬까지 풍겨 수벌을 끌어들이고 그 과정에서 꽃가루받이를 한다.

그런데 씨앗으로 곤충을 속이는 식물의 번식전략이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제러미 미즐리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진화생물학자 등이 과학저널 <네이처 플랜츠> 5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지역은 남아공의 건조한 덤불지대로 산불이 잦은 곳이다. 이곳에 분포하는 벼목의 한 고유식물은 지름이 1㎝가 넘는 크고 둥근 씨앗을 맺는다. 가까운 친척들의 씨앗이 매끈한 검은색인 데 비해 이 식물의 씨앗은 훨씬 큰데다 짙은 갈색의 거친 표피를 지녔다.

이런 형태는 이 지역에 사는 영양의 배설물과 꼭 닮았다. 놀랍게도 이 씨앗은 자극적인 냄새를 풍겼는데, 영양의 배설물에서 나는 것과 흡사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크기와 형태, 냄새로 미루어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흉내 내 쇠똥구리를 속이려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실험에 나섰다. 195개의 씨앗을 던져놓았는데 하루 만에 27%가 쇠똥구리에 의해 땅속에 묻혀 있었다.

이 지역에서 식물 씨앗을 주로 먹는 쥐는 이 씨앗이 내는 휘발성 물질은 싫어했다. 하지만 쇠똥구리한테는 잘 굴러가는 배설물로 보였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땅에 묻힌 씨앗에는 쇠똥구리의 알이 없었고 뜯어먹은 흔적도 없는 것으로 보아, 쇠똥구리가 알을 땅에 묻은 뒤에야 먹지 못하는 것으로 알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쇠똥구리는 배설물을 굴려 가 땅에 묻은 뒤 알을 낳고 일부를 먹기도 한다.

이런 속임수는 산불이 잦고 불에 탄 뒤 재생하지 못하는 이 식물에게 매우 중요한 무기였을 것이다. 쇠똥구리가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데다 수분이 많은 땅속에 심어주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씨앗이 딱딱한데다 쇠똥구리한테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기 때문에 식물의 이런 씨앗 확산은 놀라운 속임수의 사례”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헌재 “황교안 대행 때 재판관 임명 사례 있어”…권성동 주장 일축 1.

헌재 “황교안 대행 때 재판관 임명 사례 있어”…권성동 주장 일축

공조본, 대통령실 서버 압수수색 시도 중 2.

공조본, 대통령실 서버 압수수색 시도 중

헌재, 윤석열에게 23일까지 탄핵심판 답변서 요청 3.

헌재, 윤석열에게 23일까지 탄핵심판 답변서 요청

박근혜 때도 선 그었던 헌재…윤석열 ‘탄핵 지연 전략’ 안 통한다 4.

박근혜 때도 선 그었던 헌재…윤석열 ‘탄핵 지연 전략’ 안 통한다

‘윤 정권 편향’ YTN 김백 사장 “부정선거 의혹 팩트체크” 지시 논란 5.

‘윤 정권 편향’ YTN 김백 사장 “부정선거 의혹 팩트체크” 지시 논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