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바이러스. 사진 엑스마르세유대 제공
물바람숲
광학현미경으로도 보이는 ‘거대 바이러스’가 2003년 학계에 처음 보고돼 큰 관심을 모았다. 바이러스란 원래 워낙 작고 단순해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연구자들이 발견한 미미바이러스는 지름이 500나노미터(㎚·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보통의 바이러스보다 수십배 컸고 유전정보도 잘 갖추었다.
거대 바이러스의 발견은 이후에도 이어졌는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의 발견이다. 마티외 르장드르 엑스마르세유대 미생물학자 등 프랑스 연구자들은 시베리아의 지표 30㎝ 아래 영구동토층에서 새로운 거대 바이러스(사진)를 찾아냈다고 <미국립학술원회보>(PNAS) 8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이 바이러스는 이제껏 발견된 4번째 종류의 거대 바이러스인데 기존의 것보다 더 커 600~1500나노미터에 이르렀고 동토층 안에서 아메바를 감염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자들은 이 바이러스에 몰리바이러스란 이름을 붙였는데, 지난해 같은 동토에서 전혀 다른 종류의 피토바이러스를 보고하기도 했다. 이 동토는 3만년 전, 곧 구석기 시대 후기에 형성된 것이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는 막대한 양의 토탄이 묻혀 있어 기후변화로 동토가 녹으면 온실가스인 메탄이 대량 발생할 것으로 우려돼왔다. 이번 연구는 잠자던 고대 바이러스가 기후변화로 녹은 동토층에서 깨어나 예기치 않은 재앙을 불러일으킨다는 공상과학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들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킨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오히려 523종의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 유전정보를 보유한 박테리아만큼 큰 바이러스의 발견이 생명의 기원을 해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우리가 몰랐던 고대 바이러스가 예상보다 많다는 사실은 경계경보일 수 있다. 연구자들은 “3만년 전 사람이나 동물을 감염시켰던 바이러스들이 기후변화와 극지방 산업활동으로 다시 출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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