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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물바람숲

부전나비·개미 달콤한 공생 내막은 약물 조작

등록 2015-08-18 19:51

남방남색부전나비 애벌레와 그물등개미 사이의 ‘공생 관계’
남방남색부전나비 애벌레와 그물등개미 사이의 ‘공생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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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진딧물의 공생은 잘 알려져 있다. 개미가 진딧물을 무당벌레 등 천적으로부터 막아주면, 진딧물은 그 보답으로 꽁무니의 꿀샘에서 당분 방울을 내어 보답한다. 언뜻 개미가 진딧물을 가축으로 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딧물도 든든한 경호원을 둔 셈이어서 둘 다 혜택을 보는 공생 관계다.

개미는 진딧물뿐 아니라 나비나 딱정벌레의 애벌레와도 이런 식의 공생을 한다. 그런데 호조 마사루 일본 류큐대 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이 남방남색부전나비 애벌레와 그물등개미 사이의 ‘공생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공생보다는 기생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두 생물 사이의 관계를 실험을 통해 검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나비 애벌레는 종가시나무에서 잎을 뜯어먹는데 그물등개미가 이 애벌레 몸 위에 올라가서 주변에 말벌이나 거미 같은 천적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준다. 애벌레는 보답으로 등에서 당분과 아미노산이 듬뿍 든 액체를 분비해 준다.

여기까지는 기존에 흔히 보던 공생 관계 그대로다. 그런데 연구자들이 애벌레의 분비물을 먹은 개미와 그렇지 않은 개미를 비교해 보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꿀물을 받아먹은 개미의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현저하게 덜 분비됐는데, 그런 개미일수록 애벌레 주변을 떠나지 않고 덜 돌아다녔다. 또 애벌레는 포식자를 만났을 때 경계 신호로 촉수를 뻗는데, 꿀물을 먹은 개미일수록 이 신호에 적극 대응하는 행동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 꿀물 속에 개미의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억제하는 물질이 들어 있으며, 결국 애벌레는 개미의 뇌에 먹이를 통해 약물을 주기적으로 주입함으로써 애벌레를 충직하게 지키는 일을 하도록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보호와 보답의 상호관계는 전통적으로 공생으로 간주됐지만 실상은 기생일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고마쓰 다카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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