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물바람숲

갯고둥으로 밝혀낸 동아시아 자연사

등록 2015-02-03 19:59

갯벌이나 조간대 바위웅덩이에는 민물의 다슬기 비슷한 댕가리란 갯고둥의 일종이 산다.
갯벌이나 조간대 바위웅덩이에는 민물의 다슬기 비슷한 댕가리란 갯고둥의 일종이 산다.
물바람 숲
지구에는 지난 250만년 동안 빙하기와 간빙기가 교대로 찾아왔다. 수만년의 시간대에 걸쳐 생물은 달라진 기후와 지형에 따라 이동과 격리, 번성과 사멸을 거듭했다. 한반도 주변의 동아시아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반도에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에 이른 때는 2만6000~1만9000년 전이다. 기온은 현재보다 8~13도, 해수면 높이는 130m 낮았다. 황해는 당시 모두 육지였고 제주도 남쪽까지 이어졌다. 대한해협은 일본과 육지로 연결됐거나 아주 좁은 운하 형태였다. 동해는 내해였다. 빙하기가 절정을 지나 급속하게 기온이 오르자 바닷물이 빠르게 차올랐다. 길어진 해안선을 따라 갯고둥이 급증했다.

갯벌이나 조간대 바위웅덩이에는 민물의 다슬기 비슷한 댕가리란 갯고둥의 일종이 산다. 댕가리는 물에 떠다니는 유생 단계를 거치지 않아 태어난 곳에 주로 머물며 조간대 좁은 지역에만 서식하기 때문에 해안선 변동의 역사를 잘 보여준다.

댕가리의 유전분석을 통해 빙하기 같은 과거 지구 차원의 기후변화가 한반도 주변 해양생물에 어떤 진화적 변화를 일으켰는지를 처음으로 밝힌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원용진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등 이 대학 연구진은 과학저널 <생태학과 진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서·남해와 제주도 해안의 댕가리 디엔에이(DNA)에 나타난 변이가 과거 어떤 사건에서 기원했는지를 추적한 결과를 밝혔다.

빙하기가 절정을 지나 온도가 오르자 해안선이 대륙 쪽으로 물러나면서 제주도가 섬이 되고 이어 서해와 남해에 바닷물이 들어찼다. 연구 결과 댕가리는 처음 제주도에 정착한 뒤 늘어난 해안선을 따라 북상해 일부는 서해, 일부는 남해로 갈라져 서식지를 확장했고 개체수도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디엔에이 분석에서 나타난 댕가리의 해역별 분화와 개체수 증가 양상은 고해양변화의 시기 및 순서와 일치했다. 원 교수는 “컴퓨터 모델을 이용한 집단유전학 연구 방법으로 복잡한 진화적 사건의 정량적 추정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원용진 교수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