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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물바람숲

‘먹이 도둑’ 참수리 발차기에 맞은 독수리 굴욕

등록 2013-02-22 16:18수정 2013-02-23 13:43

멸종위기종 1급이자 세계적 보호종인 참수리의 늠름한 모습. 두툼한 노란색 부리와 머리깃이 특징적이다.
멸종위기종 1급이자 세계적 보호종인 참수리의 늠름한 모습. 두툼한 노란색 부리와 머리깃이 특징적이다.
싸움 지존 참수리, 독수리 습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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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부산물 놓고 독수리와 한 판 승부…덩치 작지만 옆차기 일품
세계에 5천마리뿐 보호종, 멸종위기종 1급 흰꼬리수리와 함께 출현

참수리는 전세계에 남아있는 개체수가 5000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한 세계적 보호조이다. 하지만 강원도 철원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참수리 어린 새끼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철원군 문혜리의 한 육가공 공장에서 정문 앞 논에 겨울철이면 매일 독수리에게 고기 부산물을 먹이로 주기 때문이다.

이곳에 참수리와 흰꼬리수리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독수리무리 틈새로 끼어들어 치열한 먹이 쟁탈전이 벌어진다. 독수리도 예외는 아니다. 독수리 300여 마리, 어린 흰꼬리수리 6 마리가 자주 목격되지만 참수리는 관찰하기가 쉽지는 않다.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 육가공 공장 앞 논에 몰려든 300여 마리의 독수리. 2013년 2월 현재 먹이터는 양지리 토교저수지 앞으로 옮겨졌다.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 육가공 공장 앞 논에 몰려든 300여 마리의 독수리. 2013년 2월 현재 먹이터는 양지리 토교저수지 앞으로 옮겨졌다.
더 멀리 있던 독수리들도 고기 냄새를 맡고 하늘에 높이 떠서 선회하다가 내려온다. 독수리는 사람보다 냄새 맡는 능력이 200배나 뛰어나다. 어느새 하얀 눈 위에 육중한 독수리들이 무리를 이루어 논을 가득 메운다. 게걸스럽게 먹이를 먹고, 물고, 당기고 서로 빼앗으려 다툼이 한창이다.

시간이 지나도 참수리는 나타나지 않는다. 귀하신 몸이라 보기 힘든가 보다. 어린 참수리는 흰꼬리수리 새끼와 비슷하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지루한 시간이 흘렀다. 독수리 무리 속 저 멀리 논두렁에 검은 물체가 날아와 앉는다.

자세히 살펴보니 참수리 새끼다. 기다리던 보람이 있다. 우리나라엔 주로 어린 새가 찾아와 어미 새는 관찰하기가 어렵다. 참수리는 5년 이상 지나야 어른 깃털을 갖게 된다. 어린 녀석을 본다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이 녀석은 4년생으로 추정된다. 제법 주둥이가 진노란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으니 어른 행세를 한다. 깃털만 바뀌면 어른으로 손색 없어 보인다.

멸종위기종 1급인 어린 흰꼬리수리도 호시탐탐 독수리의 먹이를 노린다.
멸종위기종 1급인 어린 흰꼬리수리도 호시탐탐 독수리의 먹이를 노린다.
오랜 시간 앉아서 주변을 살피던 참수리가 갑자기 독수리 무리 속으로 쏜살같이 돌진한다. 왜 그랬나 싶어 살펴더니, 큰 고기 덩어리보다 독수리가 먹으면서 잘게 잘라놓은 고기를 빼앗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기보다 덩치가 큰 독수리 무리 속으로 용맹스럽게 들어가 먹이를 순식간에 가로챈다. 먹이를 빼앗긴 독수리가 참수리를 공격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맞선다.

갑자기 닥친 참수리에 놀라 독수리가 먹이를 떨군 순간을 놓치지 않는 참수리.
갑자기 닥친 참수리에 놀라 독수리가 먹이를 떨군 순간을 놓치지 않는 참수리.
달려드는 독수리를 향해 옆차기 기술을 쓰려는 참수리.
달려드는 독수리를 향해 옆차기 기술을 쓰려는 참수리.
참수리는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옆 발차기도 잘 하는 싸움꾼이다. 상대의 가슴으로 파고들어 부리로 매섭게 공격을 한다.

참수리는 흰 쐐기 모양의 꼬리를 가진 대형수리다. 독수리보다 조금 작아 혹시나 했지만 참수리라는 이름 값을 분명히 한다. 그 틈에 흰꼬리수리도 얼굴을 내밀어 보지만 참수리에 미치지 못한다.

앉아 있을 때는 덥수룩한 머리 깃털이 용맹스럽다는 느낌을 주지 않지만, 사냥할 때 얼굴과 눈매가 돌변하여 매섭게 빛난다. 참수리에게 대적할 새는 없어 보인다. 경찰 로고에 들어있는 새가 바로 참수리이다.

인위적인 먹이주기를 해야 하는 현실이 자꾸만 안타깝다. 결국 인간이 자연의 순리에 개입한 결과이니 그 짐은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그 생명을 지키는 노력이라는 것을 참수리의 먹이 쟁탈전을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글·사진 윤순영/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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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쟁탈전을 끝내고 여유롭게 자리를 떠나는 참수리.
먹이 쟁탈전을 끝내고 여유롭게 자리를 떠나는 참수리.

■ 참수리는 어떤 새인가

천연기념물 제 243호이자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존등급이 높은 동물의 하나이다. 몸 길이는 수컷 89~90㎝ 암컷 100~102㎝이고 날개 길이는 221~224㎝이며 노란색 큰 부리와 쐐기 모양 꼬리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작은 날개덮깃과 이마는 흰색이다. 날 때 날개 뒤쪽이 둥글게 보인다. 해안, 하구, 저수지, 평야 등지에서 모습을 보인다. 연어, 송어 등 어류와 꿩, 멧토끼, 조류를 잡아먹는데 동물의 썩은 고기도 사양하지 않는다.

동북아시아의 코랴크 산맥·캄차카 반도·사할린 섬· 아무르 강 등지에 분포하며 일부는 겨울철에 우리나라 철원, 임진강, 한강하구, 천수만, 주남저수지, 낙동강에서 발견된다. 

글·사진 윤순영/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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