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뗏목‘. 네 마리의 돌고래가 몸이 불편한 한 마리를 밑에서 떠받치며 헤엄치고 있다. 사진=박겸준외 <해양포유류학>
가슴지느러미 마비 돌고래를 동료들이 밑에서 받쳐…안타까운 30여분간 고투
고래연구소 울산 앞바다서 관찰, 집단적인 구조활동 이례적
고래연구소 울산 앞바다서 관찰, 집단적인 구조활동 이례적
■ 조홍섭 기자의 <물바람숲> 바로가기
지난 2008년 6월27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박겸준 박사팀은 울산 해안에서 14㎞ 떨어진 해역에서 정기적인 고래조사를 하고 있었다.
약 400마리로 이뤄진 긴부리참돌고래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돌고래들은 뱃머리를 따라 함께 헤엄치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무리의 뒤에는 새끼를 데리고 헤엄치는 어미도 네 마리쯤 보였다. 슴새 500여 마리도 돌고래떼를 뒤쫓으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오전 11시43분, 조사선 탐구 12호의 오른쪽 뱃전 너머로 한 무리의 돌고래가 물을 첨벙거리는 특이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돌고래 12마리가 한데 몰려 아주 느리게 헤엄치며 이상한 몸짓을 했다. 가운데에는 돌고래 한 마리가 몸을 눕혀 움찔거리거나 하얀 배를 드러내고 뒤집은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밀집한 돌고래떼 주변엔 5~10마리의 다른 돌고래가 서서히 유영하며 이 모습을 지켜봤다.
이 소동의 한가운데 있던 돌고래는 길이 1.7m의 암컷이었는데 가슴지느러미가 마비된 듯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동료들은 몸이 편치 않은 이 돌고래가 균형을 잡도록 옆에서 밀거나 밑에서 들어올리려고 했다. 힘이 드는지 주변을 선회하던 돌고래들이 이런 작업에 교대로 참여했다.
외각의 돌고래가 사라지고 11마리만 남자 돌고래들은 독특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돌고래들이 헤엄을 못 치는 돌고래 아래에 나란히 늘어서 뗏목 대형을 이루었다. ‘뗏목’ 한가운데 위치한 돌고래는 상대를 편하게 하려는 듯 몸을 뒤집은 상태였다. 뗏목 대형은 약 3분간 계속됐는데, 몸을 뒤집는 역할은 교대로 했다.
무리가 흩어져 5마리만 남자 한 마리가 주둥이로 부상 돌고래의 머리를 들어올리고 다른 돌고래는 배를 뒤집어 밀어올리려 애썼다. 배는 이런 돌고래의 1m 전방까지 접근했지만 돌고래들은 배나 선원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몸이 불편한 돌고래는 겉보기에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적어도 배에 부닥치거나 공격을 받은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2시21분께 부상 돌고래는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수면위로 내밀고 있지만 헤엄을 치지 못하고 늘어져 몸이 수직으로 서 있었다. 숨을 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돌보던 돌고래가 숨이 끊어져 사후경직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동료 5마리는 계속 굳은 몸을 문지르거나 기대는 행동을 했다. 두세 마리는 죽은 돌고래 밑으로 들어가 공기방울을 뿜어내기도 했다.
조사단은 죽은 돌고래를 건져내려고 했으나 12시24분 마침내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돌보던 돌고래가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동료 5마리가 그 자리에 남아 배회하고 있었다. 다른 조사 일정 때문에 조사선은 12시32분 그 해역을 떠났다.
이상은 돌고래의 동료 구호행동을 직접 관찰한 박겸준 박사 팀이 그 내용 국제학술지 <해양포유류학> 온라인판 최근호에 논문으로 발표한 것을 간추린 것이다.
박겸준 박사는 이 논문에서 "이제까지 돌고래의 돌봄 행동은 병코돌고래가 죽거나 사산한 새끼를 바다 표면으로 밀어올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며 이번처럼 여러 마리의 돌고래를 본능적인 보호를 넘어선 집단적 구호를 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n unusual case of care-giving behavior in wild long-beaked common dolphins (Delphinus capensis) in the East Sea
KYUM J. PARK, HAWSUN SOHN and YONG R. AN, DAE Y. MOON, SEOK G. CHOI and DOO H. AN
MARINE MAMMAL SCIENCE, DOI: 10.1111/mms.1201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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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집단 구조 행동 발견 해역. 사진=박겸준외 <해양포유류학>
‘뗏목‘을 만들어 동료를 떠받치는 돌고래들. 아래는 알기 쉽게 그림으로 묘사한 것이다. 부상 동료 바로 밑에 몸을 뒤집은 돌고래가 눈길을 끈다. 사진=박겸준외 <해양포유류학>
몸이 아픈 돌고래를 물위로 밀어내는 돌고래들. 아래는 부리로 밀고 흰 배를 보이는 돌고래는 몸으로 밀고 있다. 사진=박겸준외 <해양포유류학>
숨이 끊어져 뼏뼏해진 돌고래를 동료들이 포기하지 않고 몸을 휘감거나 머리를 비비며 구조하려 애쓰고 있다.사진=박겸준외 <해양포유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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