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표면에 사는 바다달팽이. 어류 등의 중요한 먹이이다. 사진=미국립해양대기국(NOAA)
남극해 바다달팽이 껍데기 외곽 손상 확인돼…해양생태계 핵심 연체동물
남극·북극해 이어 2050년께면 전세계 넓은 바다가 산성화 영향 우려 ‘바다달팽이’라는 극지방 근처의 찬 바다에 사는 동물이 있다. 바다표면 근처를 헤엄쳐다녀 ‘바다 나비’라고도 불리는 부유성 연체동물이다. 길이가 1㎝도 안 되는 이 동물이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류가 뿜어낸 이산화탄소로 바다가 산성화하면서 이 동물이 첫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수조에 바다달팽이를 넣고 실험을 했다. 바닷물은 이대로 가면 금세기 말께 남극해 근처에서 나타날 산성도를 띠도록 했다. 바다달팽이의 탄산칼슘 껍질은 이틀이 지나기 전에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이 연체동물이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생물은 대구, 청어, 연어를 비롯해 고래에 이르기까지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룬다. 바다달팽이가 사라진다면 바다의 생태계도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국제적인 해양보전단체인 오세아나가 발표한 연구보고서 ‘뼈아픈 시험: 우리는 이산화탄소로부터 바다를 지킬 수 있을까’를 소개하는 2008년 11월24일치 물바람숲의 기사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 ‘뿌리’가 녹는다'의 일부분이다. 이 연구가 인용한 것은 미래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산성도를 띤 수조에 바다달팽이를 넣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본 실험이다. 그러나 실제로 바다에서 살아있는 바다달팽이를 채집해 그 껍데기가 받은 영향을 조사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로 인한 바다 산성화가 해양생물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직접 증거가 나온 것이다.
영국 남극조사단(BAS) 등 국제 연구진은 <네이처 지구과학> 최근호에 이런 내용이 실린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2008년 대서양 쪽 남극해인 스코티아 해에서 바다달팽이를 채집해 껍질의 손상 상태를 정밀 조사했다.
그랬더니 이곳 바다달팽이 껍질의 바깥층이 비정상적으로 부식된 흔적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 연체동물은 오로지 바닷물 속에서 흡수한 탄산칼슘의 한 형태인 아라고나이트로 껍질을 만드는데, 인위적으로 늘어난 이산화탄소 때문에 탄산칼슘 섭취가 부족해 일어난 현상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보통 바닷물 속 아라고나이트 농도는 표면에서 포화 상태이나 바다생물이 흡수함에 따라 수심 1000m 근처로 내려가면 포화도가 1 이하로 떨어진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으로 바닷물 속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아라고나이트 포화도가 1 이하로 떨어지는 수심이 핵심 동물플랑크톤인 바다달팽이의 주 서식지인 40~200m까지 높아졌다.
이번 조사가 이뤄진 곳은 지속적인 강풍의 영향으로 심층 바닷물이 표면에 솟아오르는 해역이어서 다른 해역보다 아라고나이트가 25%쯤 낮은 곳이어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러나 남극해뿐 아니라 캐나다 북부 해안 등 북극해에서도 아라고나이트의 미포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2050년께면 광범한 해역에서 이런 현상이 불거질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바닷물에 아라고나이트 등 탄산칼슘이 부족해지면 산호, 연체동물 등 이 물질을 껍질이나 뼈대로 삼는 해양 동물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가 이제까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절반가량은 바다가 흡수했으며 현재도 3분의 1가량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 영향으로 바다 산성화가 진행돼 해양 생태계의 뿌리부터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 관련 기사: 바다 산성화로 물고기가 ‘미친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Extensive dissolution of live pteropods in the Southern Ocean
N. Bednarsek, G. A. Tarling, D. C. E. Bakker, S. Fielding, E. M. Jones, H. J. Venables, P.Ward,
A. Kuzirian, B. Leze, R. A. Feely and E. J. Murphy
Nature Geoscience, DOI: 10.1038/ngeo163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조홍섭 기자의 <물바람숲> 바로가기
남극·북극해 이어 2050년께면 전세계 넓은 바다가 산성화 영향 우려 ‘바다달팽이’라는 극지방 근처의 찬 바다에 사는 동물이 있다. 바다표면 근처를 헤엄쳐다녀 ‘바다 나비’라고도 불리는 부유성 연체동물이다. 길이가 1㎝도 안 되는 이 동물이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류가 뿜어낸 이산화탄소로 바다가 산성화하면서 이 동물이 첫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수조에 바다달팽이를 넣고 실험을 했다. 바닷물은 이대로 가면 금세기 말께 남극해 근처에서 나타날 산성도를 띠도록 했다. 바다달팽이의 탄산칼슘 껍질은 이틀이 지나기 전에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이 연체동물이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생물은 대구, 청어, 연어를 비롯해 고래에 이르기까지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룬다. 바다달팽이가 사라진다면 바다의 생태계도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국제적인 해양보전단체인 오세아나가 발표한 연구보고서 ‘뼈아픈 시험: 우리는 이산화탄소로부터 바다를 지킬 수 있을까’를 소개하는 2008년 11월24일치 물바람숲의 기사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 ‘뿌리’가 녹는다'의 일부분이다. 이 연구가 인용한 것은 미래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산성도를 띤 수조에 바다달팽이를 넣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본 실험이다. 그러나 실제로 바다에서 살아있는 바다달팽이를 채집해 그 껍데기가 받은 영향을 조사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로 인한 바다 산성화가 해양생물에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직접 증거가 나온 것이다.
전자현미경으로 살펴본 남극해 바다달팽이 껍질의 모습. 위는 아라고나이트가 포화된 해역, 아래는 미포화된 해역. 껍질의 손상이 분명하다. 사진=영국 남극조사단
아라고나이트가 부족해 바다달팽이 껍질에 부식이 일어난 모습. 사진=영국 남극조사대
바다생태계 붕괴의 카나리아일까. 바다달팽이가 헤엄치는 모습. 사진=미국립해양대기국(NOAA)
(■ 관련 기사: 바다 산성화로 물고기가 ‘미친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Extensive dissolution of live pteropods in the Southern Ocean
N. Bednarsek, G. A. Tarling, D. C. E. Bakker, S. Fielding, E. M. Jones, H. J. Venables, P.Ward,
A. Kuzirian, B. Leze, R. A. Feely and E. J. Murphy
Nature Geoscience, DOI: 10.1038/ngeo163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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