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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물바람숲

전지현-박태환 빼닮은 S라인 물고기, 고등어

등록 2012-10-09 15:20수정 2012-10-09 15:42

떼지어 유영하는 고등어. 사진=미국립해양대기국(NOAA)
떼지어 유영하는 고등어. 사진=미국립해양대기국(NOAA)
▷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황선도 박사의 물고기 이야기: 고등어
1년에 28㎝ 크는 속도 성장 전략, 등의 줄무늬는 절묘한 위장술
아버지 힘 내고 아이는 자라게 한 서민 생선



물고기계의 전지현

고등어는 물고기 중에서 최고의 몸매를 가진 대표 생선이다. 몸의 횡단면은 위가 약간 넓은 타원형이며, 종단면은 주둥이 쪽이 뾰쪽하고 등지느러미 시작부의 체고가 가장 높으며 꼬리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유선형이다.

요즘 몸매 좋은 여자를 S-라인으로 표현한다면, 고등어야 말로 물고기계의 ‘전지현’이라고 할 수 있다. 육상 동물은 다리가 튼튼하여 잘 뛰면 먹이도 잡을 수 있고, 도망도 잘 친다. 그러나 물에서는 체형이 중요하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커서 저항을 적게 받아야 빠르게 헤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어와 같은 유선형의 체형은 헤엄칠 때 물이 와류를 일으키지 않고 몸을 타고 흘러 끌림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 비행기의 날개가 이를 본떠 만들었을 것이다. 또한 물의 저항을 없애기 위하여 튀어 나온 부분이 없이 몸이 매끄럽고 피부에 점액질이 있어 물과의 마찰을 최소화한다. 지느러미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접히게 되어 있어 앞으로 전진할 때 저항을 받지 않게 한다.

유영속도가 빠른 어류들은 분류학적으로 서로 다른 계통군에 속하더라도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체형은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한 공통의 산물이다. 잔잔한 물에 사는 돔과 같이 옆으로 납작한 물고기는 순간적인 방향 전환이 쉽고, 뱀장어와 같이 몸이 가늘고 긴 물고기는 펄속과 구멍을 쉽게 헤집고 다닐 수 있다. 이와 같이 물고기들은 사는 환경과 헤엄치는 속력에 따라 모양이 다르게 진화한다.

고등어는 통통한듯하지만 날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사진=마츠모 무시, 위키미디어 코먼스
고등어는 통통한듯하지만 날씬한 몸매를 자랑한다. 사진=마츠모 무시, 위키미디어 코먼스
물고기계의 박태환

고등어는 유영속도가 빨라, 평균 시속 60~70㎞로 헤엄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42.195㎞를 2시간대에 달리는 황영조보다 빠르고, 1500m를 15분 안에 헤엄치는 박태환 선수와 맞먹는 빠르기이다. 더군다나 고등어는 하루 종일 계속 헤엄쳐도 지치지 않고 순간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니, 고등어와는 수영 시합을 해 봐야 손해다.

지느러미에는 두 종류가 있다.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는 홑지느러미이고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쌍지느러미이다. 홑지느러미는 몸의 수평을 유지하여 헤엄칠 때 뒤뚱거리지 않게 하고, 쌍지느러미는 위 아래로 오르내릴 때 사용한다.

크기도 작은 이들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를 아무리 휘저어 봐야 큰 몸을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어 속도를 내는 데는 별로 이용하지 않는다. 그러면 빠르게 헤엄을 치는 데는 어떤 지느러미를 사용하는 것일까? 물고기가 파닥거릴 때 볼 수 있듯이 몸통 뒷부분이 유연성이 좋아 꼬리자루가 꼬리지느러미와 함께 물을 좌우로 밀어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만들어 낸다. 물고기의 척추가 좌우로 잘 휘기 때문에 생긴 수영법이다.

이와 달리 척추가 앞뒤로 잘 휘어지는 사람은 접형과 같이 몸을 위아래로 접었다 펴면서 물을 타거나, 발바닥으로 물을 밀어 헤엄치는 평형 그리고 손을 앞으로 뻗어 손바닥으로 물을 잡아당겨 뒤로 밀어내면서 전진하는 자유형을 개발한 것이다.

이렇게 동물들은 생긴대로 사는데, 사실은 사는대로 생겨진 것이 진화의 결과일 것이다. 만물이 그러하니 사람들 역시 외모를 바꾸어 삶을 바꾸려는 노력보다 내면의 인상과 자세를 바르게 하여 얼굴과 몸매를 가꾸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을 필자는 사춘기 딸에게 강요하고 있다.

헤엄치는 고등어 무리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어른거려 목표를 잡기가 힘들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헤엄치는 고등어 무리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어른거려 목표를 잡기가 힘들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나를 적에게 알리지 말라

풀 위에 사는 풀벌레는 풀색을 띠고, 바다 밑 모래 바닥에 사는 가자미는 모래와 같은 색을 띠어 포식자의 눈에 띄지 않게 위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고등어를 비롯한 참치, 삼치, 정어리 등과 같이 평생을 물에 떠서 사는 표영어류(떠살이 물고기)는 아래위, 전후좌우 모두가 투명한 3차원 공간에 노출되어 있어 숨을 곳이 없다.

그런데 이들 떠살이 물고기는 대체로 등쪽이 푸르고 배쪽은 은백색이다. 등 색깔이 푸른 것은 먹잇감을 찾아 배회하는 바닷새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바다색과 구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고등어 등에 있는 녹청색의 물결무늬는 물결이 어른거리는 자국과 같은 모양으로 대단한 위장술이다. 그리고 물 밑에서 수면을 보면 햇빛이 투과되어 은백색으로 보이는데, 고등어 배 또한 은백색으로 되어 있어 물 밑에 있는 포식자가 위로 쳐다보았을 때 분간하기 힘들다. 이와 같이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변 환경에 적응하여 자신을 숨기는 보호색은 훌륭한 위장술이다.

[물바람숲] 가을 고등어를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 이유 ▷ 기사 더 보기

황선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어류학 박사

고등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어류생태학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자원조성 업무를 맡고 있다. 뱀장어, 강하구 보전,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수산자원 회복 등에 관심이 많다.

이메일 : sanisdhw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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