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활동가들이 손팻말을 들고 환경부와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환경운동연합과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이수진(비례) 의원실, 대한하천학회가 10~12일 낙동강 하굿둑부터 낙동강 상류 구미보까지 낙동강 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에 나선다.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이 수질·토양 조사 등을 맡는 조사 단장을 맡았다.
이들이 직접 낙동강을 찾은 이유는 지지부진한 낙동강 재자연화 논의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11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2017년 대선 공약으로 재자연화를 약속한 4대강 중 한강과 낙동강에 대해서는 조사도 못 하고 임기가 끝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낙동강에 설치한 8개 보 수문을 열고, 수문을 개방할 경우 실제 하천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실측값 조사를 해야 본격적으로 보 처리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수문 개방 논의를 시작도 못했다. 낙동강은 취·양수장이 높게 설치돼있어 수문 개방 모니터링을 하려면 취·양수장부터 옮겨줘야 하는데 정부가 주민 협의도 아직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4대강 재자연화’ 국정과제…한강·낙동강 논의도 시작 못해
문 대통령은 임기 시작 직후 ‘2018년까지 4대강 보 처리 방안 확정’ ‘2019년 4대강 재자연화 로드맵 시행’ 등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금강과 영산강의 경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지난 1월 보 5곳을 상시개방하거나 해체하라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주민 협의를 통해 개방·해체 시기를 결정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국가가 이 지역 보 처리 방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 셈이다.
반면 한강과 낙동강은 논의가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 취수장 이전과 관련해 중상류 지역의 경우 공단과 도시가 위치해 있어 오염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보니 지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여름철 녹조현상 발생 우려도 있는 낙동강 보 처리는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의 핵심이었다.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하는 문제는 금강과 영산강처럼 약 1년 가량 보를 열고 실제 수질과 생태 변화를 관찰해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이 이용하는 물의 취·양수장 위치가 높은 수위를 유지할 때 맞춰 설치돼 있기 때문에 수위가 내려가면 물 이용이 어려워진다. 농민과 지역 주민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환경부는 실제 수질을 측정하는 대신 실험 모델을 이용한 예측값을 활용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한강과 낙동강 보 처리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낙동강의 경우 지난 2월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낙동강 수계 취·양수장 시설 개선을 의결했다. 유역물관리위원회 결정은 보 처리에 앞서 수문 개방이 가능하도록 취·양수장 시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까지만 의견을 모았다. 보 처리 방안은 유역물관리위원회를 거쳐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의결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사실상 이 정부 임기 내에 최종 결정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환경단체는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 사업 동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3년 동안 지자체·주민 설득에 실패한데다, 올해 초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탄소중립으로 정책 중심이 옮겨가며 4대강 재자연화 사업 동력은 더욱 떨어졌다는 평가다. 한 장관의 관심은 공단이 많은 경북 구미 지역 위로 취수원 위치를 바꾸고 싶어하는 대구광역시와 이를 반대하는 구미시·경북도, 낙동강 본류보다 깨끗한 낙동강 지류 물을 끌어쓰고자 하는 부산광역시와 지류 물 부족 문제로 이를 반대하는 경남도 사이 갈등을 해결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올해 업무계획에도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을 연내 확정해 지역간 물 이용 갈등을 해소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보 개방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설득이 가장 중요한데, 취수원 이전 문제가 얽혀있으니 환경부가 지자체를 상대로 수문 개방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당시 장관 후보자였던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강·낙동강 수문 개방’과 관련한 서면질의에 “취수·양수장 등 시설 개선을 위해 주민과 소통을 강화해 보 개방 확대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원론적 답변만을 내놓았다. 박미자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장은 “수질모니터링뿐 아니라 경제성 평가 등 낙동강 모니터링 분석을 계속 하고 있다”고 했다.
지자체 설득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이수진(비례) 민주당 의원은 9일 하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녹조 발생이나 오염 등으로 하천수 이용에 문제가 생겨 보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을 때 환경부 장관이 지자체 하천수 취수 시설의 설치·개선에 대해 ‘조건’을 붙일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하지만 의무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낙동강 보 처리와 관련해서는 정부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낙동강 현장 답사를 진행하는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유역물관리위원회가 의결한 낙동강 유역 취·양수시설 개선안에 대해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의결하고, 보 처리 방안에 대한 의결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번 답사는 환경단체가 직접 나서 낙동강의 자연성을 진단하고, 자연성 회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조사”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