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2050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위원회가 탄소중립 달성의 굳건한 주춧돌이 돼 튼튼한 대들보와 같은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탄소중립’이 뭔 줄 알아?”
“음…. 네가 먼저 설명해봐.”
“나는 내 일과 관련이 있으니까 좀 알지. 네가 뭐라고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텀블러 사용하기?”
최근 지인에게 ‘탄소중립’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한겨레>에서 관련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와 꽤 가까운 사이인 지인은 며칠 전 세계 정상들이 서울에 (비대면으로) 모여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밝힌 ‘2021 피포지(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뉴스를 챙겨 봤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직 탄소중립의 뜻을 잘 모르는 눈치였다.
지인의 답을 들으면서, 멀고 먼 탄소중립의 길이 더 아득하게 느껴졌다. 탄소가 무엇인지, 정부는 이 탄소를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그게 내 삶과는 또 무슨 상관인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이런 정보와 맥락을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사실 기자도 처음 그 단어를 들었을 때 공부를 해야 했다.
탄소중립이란 탄소의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인류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해 자동차를 운전하고, 건물을 식히고 데우고, 전기를 사용하는 등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했다. 기후위기에 맞서는 인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 지구가 상쇄할 수 있는 탄소량만큼만 탄소를 배출하도록 모든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 바로 탄소중립이다.
지난해 10월 말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이러한 탄소 과소비 사회와 이별한다는 의미의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정부·산업계·시민사회 모두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지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는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 직속의 탄소중립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6개월의 준비 끝에 지난달 29일 위원회가 출범했다. 애석하게도 위원회에 주어진 시간은 일단은 150일 정도다. 정부는 올해 7월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먼저 발표하고, 11월1일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가기 전 ‘2050 탄소중립’의 중간 목표로서 203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가 지구가 파국으로 향하지 않으려면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한다고 정했고, 이 목표에 맞추기 위해서 한국은 현재 배출량의 절반 수준인 3억5천만t 이상을 2030년까지 줄일 것을 요구받았다. 그런데 2019년 한 해에 전년보다 2490만t을 줄인 것이 지금까지 한국이 보인 최고 성적이다. 올해는 배출량이 더 늘 수도 있다는 암울한 분석도 있다. 시간은 부족하고,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은 일종의 긴급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위원회를 응원하는 이들이 더욱 많다.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밝힌 것은 이명박 정부였다. 당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녹색성장위원회’를 꾸리고 배출권거래제 도입 등 기후변화 대응을 처음 시작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프의 방향이 꾸준히 아래로 향하도록 바꾸지 못했다. 탄소중립위원회의 한 위원은 “이제야 제대로 된 감축을 시작하는 게 너무 아쉽다. 그래도 이제라도 하는 게 어딘가 싶기도 하다. 이번 위원회가 실패하면 전세계가 함께하는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한국이 한 일은 없다는 두려움을 갖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타는 마음이 일단 향하는 곳은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실천이다. 문 대통령은 위원회 출범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와 종교계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준다면 (중략) 우리는 탄소중립 모범국가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유튜브 계정에는 “탄소중립”, “탄소제로” 단어를 반복하며 친환경 생활 실천을 소개하는 후크송이 여러개다. 대중의 관심을 끌 수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친환경 캠페인을 소개하는 노래에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만 추가됐을 뿐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티백을 찻잎으로 바꾸고 1주에 한번 채식하는 것만으로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문명사적 전환’을 요구한 기후위기의 ‘파워’와 비교하면 캠페인송의 무게가 너무 가볍다며 되레 외면받기도 한다.
이런 ‘기후 침묵’(기후위기에 대한 무관심)을 깰 기회가 위원회에 있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많은 한국에서는 산업 부문의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 또 다른 위원은 “기후변화 대응이 가장 더딘 산업계를 움직이게 하려면 대중의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지금까지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이 적었던 것은 한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그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한 적이 없어서”라고 분석했다. 11월 전 윤곽을 보일 새로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란 지적이다. 11월까지는 150일 정도가 남았다.
최우리 기후변화팀장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