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기후위기는 최근 주목받는 미래 담론 핵심 키워드다. 불확실한 미래를 탐구하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 환경과 생태계 보호라는 착한 마음이 있다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정치·금융·산업 등 각 분야에서 기후변화·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시대 분위기를 반영해 ‘기후변화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시민교양 강좌 성격부터 자격증을 주는 유료 수업까지 다양하다. 기후대응 저변을 확대한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민간자격증 끼워팔기 상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튜브를 검색하면 미래 유망 직업으로 기후변화전문가를 소개하는 영상은 이미 여럿 검색된다. 기후운동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전인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진로 동영상은 물론, 지난해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각 대학 기후 관련 학과 동영상, 방송사에서 진행한 기후변화전문가 인터뷰 영상까지 다양하다.
유튜버 사업가 김미경씨가 운영하는 엠케이와이유(MKYU)는 9만9천원 수강료를 받고 기후변화전문가 자격증과정 온라인 수업을 제공한다. 20분 안팎으로 짜인 20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유튜브 대학’ 입학금 9만9천원은 수강료와 별도로 더 내야 한다.
엠케이와이유 김미경 티브이의 기후변화전문가과정 홍보 문구. 홈페이지 갈무리
강사진은 국내 유명 기후변화 전문가들이다. <두번째 지구는 없다>는 책을 쓴 방송인 타일러 라쉬,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최재천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 등이다.
지난해 10~11월 진행된 1기 과정 때는 온라인 수업만 진행했는데, 지난달 시작한 2기 과정에선 수강생에게 ‘기후변화전문가 민간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방식으로 개편됐다. 홍보물에는 ‘그린인플루언서’로 활동한다는 1기 과정 수강생 글과 함께 환경 전문가로 활동하고 싶거나 기후변화 관련 단체나 기업에 취업을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1기 과정 수업은 제로웨이스트, 기후위기 문제에 관심이 많은 30~50대 여성 중심으로 1186명이 수강했다고 한다. 2기 과정은 현재 877명이 수강 중이다. 1기 과정에게 틀어준 같은 동영상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이 유튜브 강좌에서 발행하는 ‘민간 자격증’ 응시료 3만원을 받는다.
강좌에 강사로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한겨레>에 “김미경 대표가 매우 열정적이라 참여했다. 다만 대중 강연이라고 이해했고, 이 수업을 듣고 발급받는 자격증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정확히 인지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도 “기존 환경·기후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다만 전문가 과정은 아니고 기초 강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엠케이와이유 쪽은 자신들이 발급하는 민간 자격증을 활용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으로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는 그린인플루언서 활동, 마을 공동체 등에서 초등학생 대상 강의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공인된 자격증은 아니라고 업체 쪽도 강조했다.
엠케이와이유 김미경 티브이의 기후변화전문가과정 홍보 문구. 홈페이지 갈무리
국가가 아닌 개인·법인·단체가 관리·운영하는 민간 자격증은 두 종류가 있다. 일정 기준을 갖추면 이를 인증해주는 ‘공인 민간 자격증’, 등록과정에서 자격증 관리자의 결격사유 정도만 확인하는 ‘등록 민간 자격증’으로 나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민간자격 관리·운영을 담당하는 이창래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전문가 자격증은)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사업의 일종이다. 국가 공인 자격증은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인정하는 공신력은 없다. 등록만 하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고, 자격증을 발급받은 개인이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자격증”이라고 말했다. 엠케이와이유 쪽이 발급하는 것도 ‘등록 민간 자격증’이다.
환경 관련 민간 자격증을 관리하는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는 현재 △기후변화전문가 △기후변화지도사 △기후변화대응지도사 △기후변화전문지도사 △기후변화지도사 등 5종의 기후변화 관련 민간 자격증이 등록돼 있다고 확인했다. 엠케이와이유 강좌를 들으면 발급받을 수 있는 자격증은 2기 강좌 시작을 한 달 앞둔 지난 3월 환경부에 등록됐다. 환경부 담당자는 “환경부 관련 민간 자격증은 환경영향평가법 분야 등 자격증 신설이 금지된 분야가 아니라면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발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기후운동가들은 일단 기후변화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반갑다고 했다. 이런 활동이 기후운동 저변을 넓혀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환경단체 활동가는 “유명 인사가 나와서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알려주면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활동가는 “이제 기후 의제가 보편적 관심사가 되어간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반면 기후위기의 구조적 문제까지 교육을 하는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긍정적 의미도 짚었던 활동가는 “국제 사회가 경고하듯 지구 평균 온도 1.5도 중에 이미 1.2도가 오른 상황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문제나 이로 인한 노동자 소외 문제, 기후위기 대응은 한시가 급하고 복잡한데,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고 제로웨이스트를 홍보하는 ‘그린인플루언서’로 활동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만으로는 그런 것까지 짚어낼 수 있을 지 다소 의문”이라고 했다.
‘스펙’으로만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또다른 활동가도 “이런 주제로도 장사를 하는 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한 활동가는 “녹색 의제를 활용한 상술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엠케이와이유 쪽은 <한겨레>에 “김미경 대표가 책 <2050 거주불능 지구>를 읽은 뒤 기후위기 문제를 느끼고 학생들과 토론하던 중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요구로 기획한 수업이다. 기후변화전문가로서 공신력과 자격을 갖추면 좋겠다는 수강생들의 요구로 민간 자격증을 신청해 2기 자격증 과정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민간 자격증 활용 홍보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스펙이다. 수강생들의 이견이나 불만이 접수된 적은 없다”고 했다. 강의 내용에 대해서는 “기후변화 위기의 문제와 원인, 해결 방법에 대한 내용이 구성돼 있다. 기업과 정부의 역할과 개인의 실천이 균형있게 포함돼 있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