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관련 연구에 참여한 전 세계 경제학자들의 압도적 다수가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 당장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자들은 현재 속도로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2075년 전 세계의 경제적 손실 규모가 총생산(GDP)의 5%인 3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학자들의 이런 인식은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산하 정책 연구소가 최근 기후변화에 정통한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경제성’을 물은 설문 조사로 확인됐다. 연구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기후 관련 연구를 발표한 박사급 경제학자 2169명에게 설문을 보내 총 738명의 응답을 받아 분석했다.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한 기후변화 대응 관련 설문 조사로는 최대 규모다.
설문에 응한 경제학자들의 74%는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적이고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이 응답률은 2015년 같은 형식의 같은 질문에서 나왔던 응답율 50%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나머지 경제학자들의 26% 가운데 24%도 과감한 수준은 아니지만 ‘바로 일정한 수준의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고 응답해, 전체 응답자의 98%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거나 행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조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2% 미만이었다.
기후변화가 전 세계의 경제 성장률을 낮추는 등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는 76%가 동의했다. 반면 그럴 가능성이 낮거나 극히 낮다고 본 응답자는 3% 미만에 불과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치러야 할 비용이 머지 않아 연간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신속히 감축할 경우 그에 수반되는 비용 대비 얻게 될 편익이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전 세계의 손실액은 2025년까지 연간 1조7000억 달러에 이르고, 현재의 온난화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75년이면 3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 세계 GDP의 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손실 규모는 온도 상승에 따라 급증해,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5도 상승할 경우 연간 14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3분의 2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0(넷제로) 목표를 이룰 경우, 그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얻게될 편익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 경제학자는 12%에 불과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기후변화가 국가 사이의 경제적 격차 뿐 아니라 국가 내부의 상하위 소득 계층 사이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높았다.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1인당 소득 기준 상하위 3분의1 국가 사이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데 89%가 동의했다. 대부분의 국가 안에서 1인당 소득 기준 상하위 3분의1 가구들 사이의 불평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거나 매우 높다고 보는 응답도 70%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뉴욕대 정책 연구소 경제학 책임자 피터 하워드는 “경제 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대가가 상당하며, 재앙적인 수준으로까지 커질 수 있다는 데 광범위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기후대응을 신속히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데 대한 경제적 근거를 제시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