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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썩지도 않고 유해물질만…현수막 없는 선거 어때요?

등록 2021-03-18 17:02수정 2021-03-18 17:41

자원순환사회연대 ‘현수막 안 쓰기 실천’ 제안
“서울시장 선거에서 1만2720개 폐현수막 예상”
선거 현수막 ‘업사이클링’ 노력 있지만 역부족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이 사전 투표를 독려하는 홍보 펼침막이 10일 낮 서울 광진구 구의동 강변역 앞 건널목에 겹겹이 걸려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이 사전 투표를 독려하는 홍보 펼침막이 10일 낮 서울 광진구 구의동 강변역 앞 건널목에 겹겹이 걸려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현수막과 공보물, 포스터, 어깨띠, 조끼 등 폐기물이 무더기로 나온다. 그중에서도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현수막은 썩지도 않고 태우면 유해물질을 뿜어 특히 골칫거리다. 오는 25일부터 현수막 선거 운동이 가능한 이번 4·7 재보궐 선거 때부터라도 현수막 없이 선거를 치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환경단체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성명을 내어 4·7 재보선 후보자들에게 ‘현수막 안 쓰기 실천’을 제안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세계적으로 탈 플라스틱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홍보를 위해 현수막을 사용하는 일은 이제 바꿔야 한다”며 “쓰레기가 매년 증가해 소각장과 매립장이 부족하고, 처리비는 높아지는 상황에서 선거 폐현수막을 발생시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선거 기간 전국 각지에 내걸리는 후보자들의 홍보 현수막은 선거가 끝나면 수만개의 폐기물이 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각 후보자는 선거 운동을 위해 해당 선거구 내의 읍·면·동 수의 2배 이내로 현수막을 붙일 수 있고, 선거가 끝나고 다음날부터 13일 동안 선거구 내 읍·면·동마다 당·낙선 관련 현수막을 1장 붙일 수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이 규정을 바탕으로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자 10여명이 최종선거에 나온다고 가정할 때 서울 424개동에서 폐현수막 1만2720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는 13만개의 폐현수막이 발생했다. 이 현수막들은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져 매립해도 썩지 않고 소각하면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지난 2월 설 연휴때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역 앞 거리에 붙은 녹색당 현수막. 우리공화당이 6~7장의 현수막을 걸어두었고, 녹색당은 1장의 현수막을 걸었다. 18일 녹색당은 <한겨레>에 “재정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소수 정당에게 현수막 소통 방식은 여전히 가성비 좋은 홍보 수단”이라며 현실적 고민을 털어놓았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지난 2월 설 연휴때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역 앞 거리에 붙은 녹색당 현수막. 우리공화당이 6~7장의 현수막을 걸어두었고, 녹색당은 1장의 현수막을 걸었다. 18일 녹색당은 <한겨레>에 “재정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소수 정당에게 현수막 소통 방식은 여전히 가성비 좋은 홍보 수단”이라며 현실적 고민을 털어놓았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후보를 조금이라도 더 알려야 하는 정당 입장에선 현수막을 당장 포기하기 어렵다는 고민이 있다. 특히 자본력이 약하고 시민들과의 접점을 찾기 힘든 소수 정당에게 현수막은 여전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홍보 수단이다. 생태·환경을 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녹색당마저 지난 설 명절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현수막을 내건 적 있다.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장은 “소수 정당인만큼 후보를 더 알려야 하지만 디지털로 홍보하려면 재정적인 부담이 늘어난다. 가격 문제로 전국에 공보물을 다 못 돌린 적도 있다. 이에 반해 현수막은 일단 깔끔하게 만들어 걸어놓으면 눈에 잘 띄는 수단이다. 아예 안 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래도 현수막 제작을 최소화하고 폐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드는 업체 등을 통해 재활용하고 있다. 또 가급적 현수막에 날짜를 안 적어 반복적으로 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터치포굿에서 판매 중인 현수막 가방. 터치포굿 홈페이지 갈무리
터치포굿에서 판매 중인 현수막 가방. 터치포굿 홈페이지 갈무리

현수막을 버리는 대신 업사이클링(Up-cycling)하려는 노력도 있지만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데는 역부족이다. 사회적 기업 ‘터치포굿’은 2010년 교육감 선거 때 선거 현수막 업사이클링을 시작해 18, 19대 대선에서는 후보자의 공약을 담은 에코백을 제작해 판매했다. 터치포굿의 박미현 대표는 “2010년 처음 재활용을 제안했을 때 각 후보 캠프에서 보내온 현수막이 트럭으로 실려와 사무실 안에 다 못 둘 정도였다. 10여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환경 선거를 치르려면 덜 화려한 홍보를 해야 하는데, 선거 경쟁에선 불가능하다. 다른 후보들이 현수막을 내걸었는데 혼자 안 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선관위와 정당의 선거 책임자,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현수막 게시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규정이 있는 만큼 당장 현수막을 안 쓰도록 권고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담당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행 공직선거법 67조 등에서 각 지역마다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며 "선거운동의 자유 확대와 도시 미관, 환경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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