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팀, 관측장비 단 펭귄 2개 종 먹이활동 최초 연구 번식지·종 다르면 사냥터·먹이 달라…수만마리 다툼 없이 공존
지피에스와 수심기록계 (등쪽 회색 장치)를 부착한 젠투펭귄. 극지연구소 제공
수만 마리가 함께 사는 남극의 펭귄들은 어떻게 평화를 지키며 살고 있을까? 극지연구소 연구팀의 연구 결과 번식지가 다른 펭귄들은 서로의 사냥터를 침범하지 않았다. 같은 곳에서 사냥을 하더라도 종이 다른 펭귄들은 선호하는 먹이가 달라 사이좋게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는 16일 남극 펭귄들의 ‘슬기로운 동거 생활’을 연구한 조사 결과를 사진과 영상으로 공개했다. 그동안 GPS(위성항법장치), 수심기록계 등을 이용한 연구는 있었지만, 서로 다른 서식지에 사는 남극 펭귄 두 종의 먹이 활동을 동시에 비교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극지연구소 이원영 박사와 인천대학교 김길원 교수 연구팀은 2017년 12월과 2018년 1월 남극 세종과학기지 부근 두 곳의 펭귄 서식지에서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각 32마리에 관측 장비를 부착하고 취식 행동을 관찰했다. 연구지역은 킹조지섬에 있는 남극세종기지로부터 2㎞ 떨어진 남극특별보호구역 나레브스키 포인트와 킹조지섬 맞은 편에 있는 아들리섬이다. 지난해 기준 나레브스키 포인트에는 턱끈펭귄 2918쌍, 젠투펭귄 2604쌍이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리섬도 젠투펭귄 7227쌍, 턱끈펭귄 20쌍이 살고 있었다.
두 서식지는 맥스웰 만을 사이에 두고 있다. 사냥지역은 턱끈펭귄의 25.9%, 젠투펭귄의 26.9%만 겹쳤다. 서로 경쟁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나레브스키 포인트 펭귄들은 아들리섬 펭귄들보다 최대 2배 이상 먼 거리를 이동했다.
같은 서식지에 사는 턱끈펭귄과 젠투펭귄는 사냥지역이 다른 지역에 있는 펭귄보다는 많이 겹쳤다. 턱끈펭귄 57.8%와 젠투펭귄의 50.3%가 같은 곳에서 먹이활동을 했다. 하지만 선호하는 먹이, 사냥에 나선 깊이 등이 달라서 경쟁은 덜 치열할 것으로 추정됐다. 혈액검사 결과에서도 실제로 먹은 먹이 성분에 차이가 있음이 확인됐다.
극지연구소는 “펭귄 추적연구는 장비를 펭귄에게 부착하고 회수하는 과정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를 위해 허가받은 소수의 인원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다량의 자료 확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결과는 수의과학 분야 학술지 <애니멀즈> 올해 2월호에 실렸다. 최근 석달 간 애니멀즈에서 출판된 논문들 중 가장 주목할 연구성과 중 하나로 꼽혔다. 연구를 진행한 이 박사는 “펭귄이 남극 환경에 적응하면서 공존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