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3일간의 한파로 2조3천억원의 경제 피해가 발생했고, 2018년엔 31.4일의 폭염으로 48명이 숨졌다. 2019년엔 한반도에 역대 최다인 7개 태풍이 상륙해 18명이 숨지고 2천억원의 재산 손실이 있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해 7월28일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키는 이상 기상·기후 현상들이 미래에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한낮 뜨겁게 달궈진 서울 여의대로(왼쪽)와 2018 년 8월 강원 춘천시 인근 북한강에서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승용차가 고립된 모습(오른쪽).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춘천/연합뉴스
기후위기는 지구를 뜨겁게 달구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노력과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모두 요구한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은 감축의 영역이고,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기후민감계층의 삶을 돌보는 것은 적응의 영역이다. 전문가들은 이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하는데 현재 정부의 정책에는 적응의 바퀴가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2차 국가기후변화적응계획(2016~2020년) 과제를 보면, 341개 과제 중 환경부(134개)와 산림청(55개) 중심 사업이 가장 많았다. 온열·한랭질환 감시체계 운영, 건강영향평가체계 구축 등 보건복지부 사업은 19개에 그쳤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전문대학 육성 등 1개 사업에 그쳤다.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 대비 중심의 기후위기 대응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그린뉴딜 사업도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재난에 대비하고 인프라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농어민 문제나 건강, 교육 문제에 대한 고민은 빠져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 담당이 복지부이긴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전망은 아직 정책으로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기후위기가 과학을 기반으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융합과제인 만큼 부처 칸막이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의 기본원칙은 인간의 삶과 관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각 부처를 뛰어넘는 접근이 필요하다. 주거·에너지 복지, 플랫폼 노동자의 이동권 문제, 시민교육 문제 등이 남아 있다”고 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가 변하면서 발전하는 산업은 밀어주면 되지만 석유, 화학, 철강, 시멘트 같은 산업은 수요가 줄고 공급비용이 늘어나 좌초하거나 전환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결국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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