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장 마르쉐, 페이지명동에서 첫 상설 판매
마르쉐 농부 이야기 내달 17일까지 이어져
마르쉐 농부 이야기 내달 17일까지 이어져
31.4일, 7개, 54일.
각각 2018년 폭염일 수, 2019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수, 2020년 장마일 수다.
모두 관측 이래 최장·최다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어느 날 습격한 코로나19 위기까지.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자연재해는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줬고, 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했다. 농부들도 마찬가지이다. 날마다 자연과 함께하는 농부들이야말로 온갖 자연재해를 몸소 느끼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농부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지난 1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맞은편에 있는 페이지명동 1층에서 농부시장이 열렸다. 전남 화순, 경남 함양, 충남 홍성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부들이 지역에서 건강하게 키운 생산물들을 내놨다. 이들은 ‘농부시장 마르쉐’를 통해 모인 농부들이다. 농부시장 마르쉐는 사람은 사라지고 돈과 상품만 남은 시장을 넘어서 먹거리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이들은 2012년부터 혜화, 성수 등 서울 곳곳에서 농부시장을 열고 있다.
이번에 명동에서 열리는 농부시장은 마르쉐의 첫 상설 판매 장터다. 사회혁신기업 더함이 직접 나서 마르쉐에 상설 판매장 운영을 제안했다. 과거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이자 명동예술극장을 중심으로 문화와 예술이 조화를 이루던 명동이 쇼핑 관광지로만 여겨지는 게 안타까웠던 더함은 페이지명동이라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었다. 공간을 통해 명동의 문화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지역 사람들이 다시 찾는 거리로 도시를 재생하려는 가치가 서로 맞닿았던 탓에 진행될 수 있었다.
농부시장이 열린 날엔 기후위기의 증인인 농부들이 모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업을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다. ‘기후위기 시대, 농부시장의 농부와 밥상’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농부시장포럼에서다. 경남 함양군에서 10년째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마용운 자연애플농장 농부는 사과밭에서 기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4월까지 영하권 날씨가 지속해 냉해 피해를 보았고, 긴 장마까지 이어지면서 사과 착과율이 82.8%뿐이었다. 100개 달려야 하는 사과가 올해는 82개만 달렸다는 이야기다”라고 전했다. 지역 농장에서 식재료를 받아 식당을 운영하는 강민구 밍글스 요리사도 “식재료를 준비하면서 기후위기를 실감한다”며 “식탁에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농부시장 마르쉐 사람들은 누구보다 더 절실하게 기후위기 이후를 고민한다. 충남 홍성에서 밭농사를 하는 이연진 풀풀농장 농부는 “인간의 탐욕을 채워주고자 생산량에만 집중하는 농법이 환경파괴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생산량보다는 땅을 보듬고, 땅을 살리며 자연과 공존하는 자연농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농약, 비료, 제초제 없이 10년째 자연농을 운영 중이다. 마용운 농부는 로컬푸드의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식량 유통과정을 줄일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어들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지역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앞으로 건강한 식문화 형성과 환경보호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르쉐 농부들의 이야기는 페이지명동에서 다음달 1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농부시장은 사전 예약을 통해 방문할 수 있다.
글·사진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
다음달 17일까지 서울 중구 페이지명동에서 농부시장 마르쉐의 상설 판매가 진행된다.
다음달 17일까지 서울 중구 페이지명동에서 농부시장 마르쉐의 상설 판매가 진행된다.
‘기후위기 시대, 농부시장의 농부와 밥상’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농부시장포럼. 왼쪽부터 안정화 종합재미농장 농부, 이연진 풀풀농장 농부, 강민구 밍글스 요리사, 마용운 자연애플농장 농부.
‘기후위기 시대, 농부시장의 농부와 밥상’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농부시장포럼에서 이연진 풀풀농장 농부가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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