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한 재활용 분리 업체에서 노동자들이 쓰레기를 종류별로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인원 대다수는 60~70대이며,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다. 고양/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 이용이 늘면서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포장재도 늘고 있다. 재사용이 가능한 다회용 포장재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환경부가 관련 시범사업을 하기로 했다.
17일 환경부는 수원시와 롯데마트, 엔에스(NS)홈쇼핑, 오아시스마켓, 온다고 등의 유통업체와 ‘다회용 포장재 사용 시범적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원아이파크시티 등 수원시 권선구 지역에서 이달 중순부터 3개월 동안 다회용 포장재를 이용한 배송을 한다. 대상 지역 주민들은 온라인 상품 주문 때 다회용 포장재에 담긴 물건을 배송받는다. 유통업체가 물류센터를 거쳐 주거지 인근에 설치된 거점수거센터로 물품을 보내면, 거점수거센터에서 다시 소비자 집 앞 보관함으로 택배를 전달하고 포장재를 회수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포장재 회수가 안 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거점수거센터를 두는 방식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설명을 보면, 올해 상반기 재활용 쓰레기의 양은 지난해보다 11.2% 늘어난 하루 5400여t이다. 소비자들은 택배로 인한 쓰레기에 죄책감을 호소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쓰레기 처리가 골칫거리다. 택배 쓰레기를 줄이려는 시도는 기업에서도 이뤄진다. 온라인 식료품 배송업체 헬로네이처는 다회용 보랭박스를 이용하는 ‘더그린배송’을 선택지로 추가했다. 마켓컬리는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쓰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지난해 9월 시작했다. 핀란드의 한 유통회사는 재사용과 순환이 가능한 택배포장 서비스인 리팩(RePack)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배송 받은 포장재를 업체에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고, 업체는 고객이 돌려준 포장재를 세척해 재사용한다.
전문가들은 다회용 포장재를 이용한 배송이 택배 쓰레기를 줄일 효과적 대안이라며 정착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대표는 “수원시 모델처럼 지역별 거점을 만들어 다회용기 수거와 세척, 소독, 재사용이 이뤄지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시스템 구축 비용을 제공하고 정착되면 다른 지역으로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온라인 판매 업체의 참여와 더불어 소비자 인식 증진이 동반돼야 한다. 포장재를 돌려주는 고객들한테 포인트를 주는 등 유인을 만들고 재사용 포장재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배송을 받는 소비자가 포장재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홍 소장은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 배달의민족에서 음식을 시켜먹을 때 일회용 수저 제외를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택배 배송 시에도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다. 완충재 사용 여부나 포장재 종류 등을 소비자가 택할 수 있게 하면 택배 쓰레기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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