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석탄 투자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삼성 금융 관계사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 관련 금융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회사·계열사가 석탄발전에 관여한 기업의 회사채 투자도 그만 두기로 했다.
삼성금융그룹 대표회사인 삼성생명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 위기의 선제 대응을 위한 탈석탄 정책을 강화하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앞으로 직접적 투자·융자는 물론,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 목적의 회사채에도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화재는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 사고 등 피해금 보장보험을 인수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두 회사는 지난 2018년 6월 이후 석탄 발전에 대한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그린피스가 작성한 ‘2020년 한국 석탄금융백서’.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증권도 석탄 채굴과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배제 등을 포함한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다음달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삼성 금융 관계사들은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투자 대상 기업의 자회사 또는 계열사의 석탄 투자까지 파악해 투자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금융 관계사의 탈석탄 선언은 다른 공적·민간 금융기관 투자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6월 기준)를 보면, 국내 162개 금융기관이 지난 12년 간 국내외 석탄발전에 투자한 금액은 60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은 회사채(6조4796억원), 피에프(PF) 대출(9319억원) 등 7조4115억원, 삼성화재는 보험지원(5조9908억원) 등 7조7073억원을 석탄 발전에 투자했다. 민간 금융사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이는 민간 투자 총액의 40%를 차지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그린피스가 작성한 ‘2020년 한국 석탄금융백서’.
전 세계 보험사들에 탈석탄 선언을 촉구하는 ‘우리의 미래 보장 캠페인’을 주도한 피터 보스하드 코디네이터는 “(삼성화재는) 아시아 보험사로는 처음으로 석탄 신규 사업 인수를 중단했다. 한중일 다른 지역 보험사들이 이 선례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이사(변호사)는 “시장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을 때 공적 자금을 운영하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금융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에서도 공식적으로 석탄발전 투자 중단 선언이 나와야하는데 앞장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물산 등 앞서 탈석탄을 선언한 기업 사례에서 보듯 기존에 투자하기로 한 석탄발전에 대한 입장이 빠져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삼성생명·삼성화재는 강릉과 삼척에 신규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에 투자 및 보험제공을 한 상황이다. 석탄금융백서를 보면 삼성생명은 삼척그린파워에 2000억원, 삼성화재는 삼척석탄화력에 8907억원의 보험, 강릉안인화력에 1조2444억의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그린피스가 작성한 ‘2020년 한국 석탄금융백서’.
환경단체는 아직 의구심을 갖고 있다. 탈석탄 선언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건설 중인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기존 투자를 어떻게 중단하고 회수할지 구체적 이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삼성 금융사는 산업은행·포스코에너지 등이 출자한 삼척 블루파워 석탄 발전소 관련한 추가적 금융조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구체적 탈석탄 이행계획에 해외 석탄발전과 석탄 채굴 사업에 대한 투자 중단과 회수 계획도 명확히 담겨야 한다”고 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10일 환경운동연합과 기후미디어허브가 삼성 계열사의 석탄발전 투자로 30년 동안 3만명이 조기사망할 수 있다는 발표를 한 뒤 이틀 만에 나왔다.
최우리 김민제 박현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