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8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기자회견에서 IPCC 의장단이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구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의 권고를 정부는 왜 듣지 않는가.”(경희대 원자력공학과 정범진 교수, 2018년 11월30일 <문화일보> 기고)
“(유엔 특별보고서의 내용은) 원자력도 엄청나게 늘려야 된다. 그래야 대처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원자력은 가깝게는 두 배 정도 멀게는 대여섯배 정도까지 늘려야지만 기후위기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이 결론이구요.”(카이스트 원자력·
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 2020년 10월6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국원자력학회 공동포럼 주제발표)
원자력공학계와 보수진영에서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근거로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아이피시시)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2018년 10월 인천 송도 총회 승인)를 제시하는 사례가 잦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1988년 공동 창설한 IPCC는 국제사회에 기후변화 대응 논의에 필요한 과학계의 합의된 평가 결과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IPCC 보고서는 전 세계 과학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여러 단계의 검토 과정을 거친 뒤 195개 회원국이 합의로 승인해야 나온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 분야에서는 형식상으로나 실질적으로 최고 권위와 영향력을 지닌다. 탈원전 반대 진영에서 IPCC 특별보고서를 주요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이런 권위와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IPCC가 원전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거나, 특별보고서가 원전을 확대해야만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원자력학계 등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IPCC는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논의를 진전시키는데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뿐, 개별 국가의 정책 방향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IPCC는 홈페이지(ipcc.ch) 첫 화면에 “보고서들은 중립적이며, 정책에 관련되지만 정책을 규정하지는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8년 10월 특별보고서 채택 당시에도 “원전에 대해서는 중립적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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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온난화 막으려면 원전 비중 늘어나” 유엔보고서 오류였다
특별보고서에서 원자력을 다룬 본문 2장의 총괄 주저자인 영국 임페리얼대 유리 로겔 교수도 <한겨레>에 “원자력이 지구온난화 1.5도 시나나리오에서 확장되는지, 안정화되는지, 또는 거의 완전히 단계적으로 폐지되는지 여부는 기술적 필요성이 아닌 사회가 어떤 전략을 선호하느냐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특별보고서 요약본은 기상청 기후정책과에서 번역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9일 “IPCC 특별보고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보여줄 뿐이다. 반드시 해야되는 의무 사항이나 권고 사항과 같은 가이드라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과 원자력학계에서 IPCC가 마치 한국에 원자력 발전을 늘리라고 권고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여론을 오도하기 위한 의도적 왜곡으로 볼 수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