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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후학교 파업’ 시위로 세상 깨워…분노하고 저항하는 ‘지구 변호인’

등록 2020-10-20 04:59수정 2022-01-03 13:29

[그레타 툰베리는 누구인가]
“지극히 상식적인”…툰베리가 걸어온 길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건물 밖에서 ‘기후학교 파업’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 중인 그레타 툰베리. 툰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건물 밖에서 ‘기후학교 파업’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 중인 그레타 툰베리. 툰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스웨덴의 17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평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비범한 것은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일 뿐이다.

툰베리는 2003년 1월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연극배우인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와 오페라 가수인 어머니 말레나 에른만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느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보여준 해양오염 관련 영화에서 태평양 남쪽에 멕시코보다 더 큰 쓰레기더미 섬이 떠다니는 장면을 보고 툰베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쉬는 시간 칠레 해안의 쓰레기섬은 아이들 기억 속에서 사라졌지만 툰베리는 그런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 급식으로 나온 햄버거를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툰베리는 기후변화 얘기를 처음 들은 건 8살 때였다고 기억한다. “처음으로 기후와 온실효과에 대해 들었을 때가 아직 생생해요. 그 이야기가 사실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기억나요. 사실이라면 그 얘기 말고는 할 얘기가 없을 정도로 중요할 테니까요. 그런데 그 문제에 관해서 얘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온실효과를 발견한 사람은 노벨상을 받은 스웨덴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로, 툰베리 가문이다. 아버지 이름 스반테는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2014년께 툰베리는 기후변화 대응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며 우울증에 빠졌다.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아 두 달 새 몸무게가 10㎏이나 줄었다. 병원 신경정신과 검사에서는 아스퍼거증후군, 고기능 자폐장애, 강박장애, 선택적 함묵증 등의 진단이 나왔다.

툰베리가 부모의 영향으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반대로 툰베리에 의해 부모가 ‘기후변화 전도사’로 나섰다. 세살 아래 여동생 베아테 에른만을 포함해 네 식구는 2015년 무렵부터 비행기 타기를 그만뒀다. 어머니 말레나 에른만으로서는 오페라 가수를 포기하는 거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모두 채식주의자(비건)가 됐으며 자전거로 이동하고 있다. 말레나 에른만은 툰베리에 대해 “맨눈으로 이산화탄소를 알아차릴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이라며 “어쩌면 툰베리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 속 어린아이고, 우리는 임금님일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벌거벗고 있다”고 표현했다.

툰베리에게 세상의 눈길이 집중된 건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건물 밖에서 ‘기후 학교 파업’ 손팻말을 들고 날마다 1인 시위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정부한테 파리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툰베리 소식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으며, ‘매주 금요일’ 시위로 전환한 그해 12월 세계 270여개 도시에서 2만여명의 학생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툰베리는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연설을 시작으로 세계 여러 곳을 돌며 연설을 하고 시위에 참여했다. 툰베리는 당사국 총회 연설에서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라고 말해 많은 언론에 인용됐다. 지난해 9월에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태양에너지로 움직이는 요트를 타고 15일 동안 대서양 4800㎞ 건너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툰베리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 버니 샌더스 전 대통령 후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등과는 기후 문제로 날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타임>이 툰베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툰베리는 분노조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트윗을 올렸고, 툰베리는 자신의 트위터 직업에 ‘분노조절 프로그램 참가자’라고 올리며 맞받아쳤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툰베리는 지난 8월 1년 동안의 ‘안식년’(갭이어·학업 등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봉사활동 등으로 보내는 시간)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 온라인을 통한 기후 파업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툰베리는 ‘툰베리 현상’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기후변화 활동에 새로운 조류를 만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해 툰베리와 기후변화 파업을 다룬 특집 기사의 제목을 “세계가 마침내 기후변화에 눈을 뜨게 된 해”라고 뽑기도 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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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리가 살아온 길

본명 : 그레타 틴틴 엘레노라 에른만 툰베리(Greta Tintin Eleonora Ernman Thunberg)

▶2003년 1월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연극배우인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와 오페라 가수인 어머니 말레나 에른만 사이에서 태어남
▶2011년 기후변화에 대해 처음 알게 됨
▶2014년 기후변화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해 심한 우울증과 거식증에 빠짐 병원에서 아스퍼거 증후군, 강박장애, 선택적 함묵증으로 진단받음
▶2018년 8월20일 의회 앞에서 날마다 ‘기후 학교 파업’ 1인시위 시작
▶2018년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연설
▶2019년 9월23일 태양에너지로 움직이는 요트를 타고 15일 동안 대서양 4800㎞ 건너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해 연설
▶2019년 9월27일 캐나다 몬트리올 기후변화 행동 촉구 시위 참석(*이날 세계 100여곳에서 31만5천명 참가, 20~27일 세계 400만명 참가)
▶2019년 9월 북유럽 환경상 수상은 거부.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해의 바른생활상’은 수상

▶2019년 10월 노벨 평화상 유력 후보로 거론
▶2019년 12월 미국에서 범선을 타고 스페인으로 이동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연설
▶2019년 12월 <타임> 올해의 인물(최연소), <네이처> 올해의 인물 10인으로 선정
▶2020년 1월21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연설
▶2020년 3월4일 유럽연합의회 환경위원회에서 연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기후변화 파업 온라인으로 전환
▶2020년 8월 안식년 마치고 학교 복귀
▶2020년 10월10일 트위트로 미국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지지 발표

그레타 툰베리의 말말말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2018년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연설)

☞“자연에 관한 전쟁은 반드시 끝나야 한다.”(2019년 8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차 뉴욕 도착 뒤)

☞“여러분은 희망을 바라며 우리 청년들에게 왔다고요?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요?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앗아갔습니다."(2019년 9월23일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

☞“사람들이 분노한 어린이들의 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2019년 12월3일 스페인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참석차 포르투갈 리스본항 도착 뒤)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 당신들의 무대책이 불난 집에 시시각각으로 부채질하고 있다.”(2020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의 연례 포럼 연설)

☞“나는 결코 정당정치에 관여하지 않지만, 다가오는 미국 대선은 선거 그 이상이다. 기후적인 관점에서, (어떤 미국 대선 후보도)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내 말은, 젠장, 그냥 정리해서 모두가 바이든에게 투표하자는 거야.”(2020년 10월10일 트위트)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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