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 서초지사 앞에서 시민단체 ‘청소년기후행동’과 ‘정치하는엄마들’의 회원들이 한전의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베트남에 새로 짓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기후위기를 앞당긴다고 주장, 발전소 건설 계획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신규 국외 석탄발전사업을 더는 추진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밝혔다.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을 수출한다는 국내외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전력 공기업들의 해외 석탄발전사업은 이달 초 한전 이사회가 의결한 베트남 붕앙 2 사업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15일 밤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해외 석탄발전사업과 관련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4건을 추진해 오다가 2건은 그대로 추진하고 2건은 엘엔지(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가든지 중단하든지 하기로 했다”며 “한전이나 발전자회사가 신규로 해외에서 주도적으로 새로운 석탄사업 개발은 할 생각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국감에서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한국전력공사 등 발전공기업에 문의한 결과, 적극적으로 해외 석탄투자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고 프로젝트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이 추진해왔다고 언급한 4건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은 인도네시아의 자와 9·10, 베트남의 붕앙 2, 필리핀의 수알 2,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타바베시 사업 등이다.
국내외 환경단체는 한국의 국외 석탄발전 투자가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한다며 한전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중단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사회책임투자를 지향하는 국외의 대규모 기관투자자들은 물론 여당 의원 상당수도 이런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한전은 4건 가운데 자와 9·10과 붕앙 2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적자 사업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는데도 지난 6월과 이달 초 열린 이사회에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케이디아이의 분석과 달리 실제 수익성이 높을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동반 진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이유였다.
한전이 작년부터 필리핀에서 추진해온 설비규모 1000MW급 수알2 석탄화력발전사업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016년부터 추진해온 630MW급 타바메시 석탄발전사업은 앞으로 엘엔지 발전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지금이라도 필리핀과 남아공의 해외석탄화력발전 사업이 중단된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재무적·환경적 위험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자와 9·10 사업과 붕앙 2 사업도 매몰 비용이 커지기 전에 엘엔지 전환을 추진하거나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