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5일 긴 장마의 원인을 6월 하순께 동시베리아와 우랄산맥 바이칼호 부근에 움직임 없이 멈춰 있는 고기압을 가리키는 ‘블로킹’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블로킹이 북극에서부터 내려온 찬 공기를 가둬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을 막았고, 이 때문에 정체전선(장마전선)이 한반도 북쪽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폭우를 쏟아냈다는 것이다. 기상청 제공
최근 길어진 장마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상청에 ‘오보청’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기상청은 5일 여름 전망이 틀린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후변화로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날씨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기상청의 이현수 기후예측과장은 애초 전망과 달리 장마가 길어진 원인과 관련한 설명회를 열어 “6월 하순께 동시베리아와 우랄산맥 바이칼호 부근에 ‘블로킹’이 발달했는데, 이 부분이 5월 예상과 큰 차이가 나면서 예측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움직임 없이 멈춰 있는 고기압을 가리키는 블로킹이 나타나 북극에서부터 내려온 찬 공기를 가둬,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을 막았다는 것이다. 정체전선(장마전선)이 한반도 북쪽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폭우를 쏟아낸 이유다.
앞서 5월 기상청은 “7월 말~8월 중순에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이나 열대야 일수도 각각 20~25일, 12~17일로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로는 폭염보다는 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 쪽은 “북극 고온현상이 연계되면서 기상 예측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북극의 해빙 면적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2012년 기록을 넘어섰다. 최근엔 기후변화로 2050년 이전 북극에서 여름 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국내에서 이상기후 현상은 해마다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의 경우, 역대 가장 심각한 폭염이 닥쳤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한반도를 지나는 태풍이 7개나 됐다. 이는 모두 한층 강해진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올해 들어서는 연 단위로 일어나던 이상기후 발생 주기가 계절 단위로 훨씬 짧아지는 경향까지 보인다. 겨울철 이상고온, 봄철 이상저온, 여름철 긴 장마와 폭우 등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우리나라의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5도나 높았던 것은 시베리아로 따뜻한 공기가 유입돼 대륙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한데다, 극 소용돌이가 강해 북극 한기가 중위도로 내려오지 않아서였다. 이런 상황은 3월까지 이어지다 4월 들어 바이칼호 북서쪽에 키 큰 고기압이 생겨 찬 공기가 한반도 쪽으로 자주 내려와 쌀쌀한 날씨를 만들어냈다. 여름에는 북극 지역의 이상고온으로 제트기류가 약화돼 북극 한기가 중위도 지방으로 내려와 북태평양고기압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기간은 길어지고 집중호우는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박기용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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