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후소송단 등 청소년들이 지난해 5월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524청소년기후행동' 집회를 열어 절약의 문제로만 기후변화를 말하는 교육 시스템을 비판하고 정부에 기후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기존 환경교육보다 훨씬 과감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18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생태전환교육 중장기 발전계획’(2020~2024)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닥쳐오는 ‘기후위기’ 시대에 학생들이 이 문제를 바로 알고 해결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울지역 학교들의 교육과정을 바꾸겠다는 것이 이번 ‘전환’의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환경을 포함해 인권, 빈곤, 다문화, 평화, 청년 등 ‘범교과 학습 주제’의 수업 시간을 따로 지정하거나 유명무실한 환경 과목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이재영 국가환경교육센터장(공주대 교수)은 “정치·경제·역사 등 모든 영역이 연결된 기후위기 문제는 기존 수업 방식으로는 채울 수 없다”며 “국영수 등 주요 과목 수업 시간을 줄이고 내신·수능 평가에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문제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에 태양에너지를 사용하는 발전소를 만들어 직접 전력을 생산하고, 육식 위주인 현재 급식에 채식선택권을 도입하는 변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교육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환경교육은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환경’ 과목은 1992년 6차 교육과정 개편 때 신설돼 선택과목이 되었지만, 2018년 기준 중·고등학교(5591곳)의 8.4%(470곳)만이 선택하는 데 머물러 있다. 이마저도 다른 과목 전공 교사가 가르치는 비율이 79%였다. 그러나 지난 2월 경상남도교육청이 ‘전국 시·도교육감 환경교육 비상선언’을 주도했고, 부산교육청·충청남도교육청이 지난해 ‘환경교육도시’를 선언하는 등 환경교육 강화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사회관계장관회의’의 교육부 보고 자료 일부.
이런 흐름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로 올해 하반기부터 공립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전학년에 연간 33시간의 기후변화 수업을 의무화하기로 지난해 법을 개정했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해 초 헌법을 개정해 교육 기본권에 자연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포함했고, 교육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기후변화교육 의무화를 담은 새 법을 준비 중이다. 영국의 일부 주에서는 모든 학교에 기후교육 교사 배치를 의무화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필리핀은 지난해 5월 ‘환경을 위한 졸업유산법’을 만들어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1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는 것을 의무화했다. 미국에서도 데비 딩걸 미시간주 민주당 하원의원이 지난해 2월 ‘기후변화교육법’을 발의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학교, 민간, 전문가 대상의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도록 해마다 2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다는 내용이다.
세계적인 변화는 스웨덴의 17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기후위기 시대를 직접 마주해야 할 미래세대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에서도 ‘결석시위’를 이끈 ‘청소년기후행동’이 지난해 5월 조 교육감을 만나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교육과정에 포함해줄 것을 요구한 결과 서울시교육청이 움직였다. 이들 세대가 느끼는 분노와 절망감·불안감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외침에 기성세대가 응답한 것이다. 국가환경교육센터가 지난 3월 전국 18살 이상 성인 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43.8%(452명)가 ‘미래세대에게 나쁜 환경을 물려줘 미안하다’고 답했다. ‘미안함’은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할 때 느끼는 감정 중 불안감(74.6%)·무력감(43.9%)에 이어 세번째로 두드러진 감정이었다.
또한 국내 환경문제가 1990년대 ‘생활환경오염’(대기오염·쓰레기·폐수 등)→2000년대 ‘생태계 파괴’→2010년 이후 기후변화·에너지전환으로 진행되어온 흐름을 봐서도, 기존과 다른 새로운 환경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환경부·교육부 등 중앙정부도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22일 6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실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 환경동아리 지원, 환경순회교사(1명이 2개 학교를 돌며 수업) 배치, 사범대 중 환경교육 성과가 우수한 대학은 환경교육 선도대학으로 지정·지원 등 학교 교육이 강화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환경부는 이 내용을 담은 ‘환경교육진흥법’ 개정안을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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