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석탄발전소 2030년 퇴출’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년 동안 운영해도 85억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평가된 한국전력의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소 투자가 오는 26일 열리는 한전 이사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 결정이 이뤄질 경우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한국의 이른바 ‘기후악당’ 이미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한전 이사회에 참여하는 복수의 관계자는 <한겨레>에 한전의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투자 안건이 오는 26일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의결하려다 비판론에 밀려 연기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이사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와 9·10호기는 인도네시아가 총사업비 35억달러(약 4조2500억원)를 들여 자카르타 인근에 건설하려는 2000MW급 초초임계압 석탄화력발전소로, 한전은 5100만달러의(약 620억원) 지분 투자와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의 주주대여금 보증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또 두산중공업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금융기관이 약 14억달러(약 1조7000억원)의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전의 자와 9·10호기 투자계획은 지난해 10월 공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883만달러(약 106억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한전은 사업계획을 일부 변경해 KDI에 다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으나, 지난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예타 결과 보고서를 보면 손실 규모만 소폭 줄었을 뿐 여전히 마이너스 손익 사업이란 판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전은 해외 사업을 통해 단순히 수익 창출만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동반 성장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제사회의 비판적 시각에 따른 국가 이미지 악화를 고려하면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해외 석탄투자 계획은 국제환경단체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주목하는 이슈다. 미국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를 비롯한 9개 국제환경단체는 22일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석탄발전소 굴뚝과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 “이것이 한국의 그린뉴딜인가?”라는 문구를 담은 전면 광고를 실어 한국의 해외 석탄투자 계획을 비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매출의 25% 이상이 석탄화력에서 나오는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천명한 뒤 1분기 투자보고서에서 “한전에 해외 석탄사업에 참여하는 전략적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고 밝혔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아시아투자자그룹(AIGCC)도 한전의 해외석탄사업에 대한 우려를 공식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의 해외석탄 투자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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