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국립공원에만 연간 1000톤의 미세플라스틱이 쌓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페트물병 1억2천만∼3억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깨알보다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육지에서도 바람을 타고 발생지에서 수천㎞ 떨어진 먼 곳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유타대 연구팀은 11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 서부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에 연간 1000t이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바람이나 비를 타고 장거리 이동해 황사처럼 떨어져 쌓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물병으로 쓰이는 페트병 1억2천만∼3억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미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에서 5㎜에 이르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보통 합성수지 제품은 화학회사들이 제조한 5㎜ 이하의 플라스틱 알갱이(팰릿)를 녹여 제품을 만드는데, 이를 1차 미세플라스틱이라 한다. 페트병 같은 제품이 다시 풍화로 분해되면 2차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플라스틱 생산은 해마다 5%씩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한해에만 3억4800만t의 플라스틱이 생산됐다. 용도를 다한 플라스틱 제품은 상당량이 쓰레기로 매립된 뒤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땅이나 민물, 대기, 바다 등으로 확산된다.
미국 유타대 연구팀이 서부 국립공원 등지에서 수집한 미세플라스틱들. <사이언스> 제공
연구팀은 미국 서부 11곳의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에서 1차와 2차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했다. 채집은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했는데, 비가 오는 동안 일주일 간격으로 퇴적 표본을 수집하고, 또 맑은 기간에 한달 또는 두달 간격으로 표본을 모았다.
표본을 수집한 지역의 98%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의 크기는 4㎛부터 188㎛까지 다양했다. 섬유 조각 크기는 20㎛∼3㎜였다. 70%는 25㎛ 이하로, 이 정도 크기의 먼지면 전지구로 이동할 수 있다. 섬유들도 멀리는 1000㎞까지 날아갈 수 있다.
플라스틱의 밀도(0.65~1.8g/㎤)는 흙(~2.65g/㎤)보다 낮아서, 미세플라스틱은 먼지보다 훨씬 멀리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섬유는 부피 대비 표면적이 커서 항력이 커지고 낙하속도가 느려진다. 거미줄에 매달린 거미가 수천㎞를 여행할 수 있는 것은 거미줄 섬유의 정전기력과 항력을 이용해서다.
연구팀은 2018년부터 대기확산컴퓨터예측모델(HYSPLIT)을 이용해 48시간 단위로 대기의 흐름을 조사하고 주단위로 미세플라스틱 퇴적률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우기에 쌓인 플라스틱과 건기에 쌓인 플라스틱의 기원 지역이 달랐다. 특히 우기 퇴적 플라스틱은 기원 지역과의 상관관계가 높았다. 폭풍이나 강수에 의해 이동했기 때문이다. 반면 건기 퇴적 플라스틱은 지역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대신 제트 기류와의 상관성이 높았다. 이는 건조 퇴적 플라스틱이 훨씬 이동반경이 크고 지구 규모로 확산한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는 대기 확산이 세계 미세플라스틱 오염 확산의 중요한 경로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세플라스틱의 다양한 확산의 기원과 경로를 알 수 있는 ‘전지구적 플라스틱 순환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먹이사슬이 단순하고 토양표층이 얕은 산지 생태계는 특히 미세플라스틱 축적에 예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