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서울 서부역 도로를 한 할머니가 한낮의 땡볕을 손수건 한장으로 겨우 가린 채 폐지를 고물상으로 가지고 가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기후변화 영향으로 폭염일수와 기간이 크게 늘어나 2060년이 되면 폭염에 노출되는 노인층이 지금보다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17일 ‘저출산·고령화를 고려한 폭염 노출위험인구 전망 및 지역별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에 적절한 대응 정책을 펼쳐도 여름철(6~8월) 폭염 발생 일수가 2060년에 1.9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폭염에 노출되는 65살 이상 노인 증가율은 이보다 훨씬 높아 최고 5.5배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온실가스 대표이동경로(RCP) 4.5 시나리오를 적용해 2090년대까지 우리나라 폭염 빈도 등을 추정 분석한 것이다. 아르시피 4.5는 아이피시시가 제시한 대표 이동경로 가운데 ‘화석연료에 의한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반영된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폭염에 노출되는 노인의 수를 월별로 보면, 6월에는 5배, 7월 3.8배, 8월 5.5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런 경향은 초고령층에서는 더욱 심해져 75살 이상에서는 6.1~8.8배가 증가하고, 85살 이상에서는 12.7~17.0배까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폭염일수는 갈수록 큰 폭으로 증가해 8월의 경우 2010년대 3.6회에서 2090년대 11회로 세 배가 된다. 특히 2010년대에 0.1회에 그쳤던 9월의 폭염일수가 1.2회로 늘어나고, 9월 일 최고기온이 25.9도에서 28도로 2.1도 상승하는 등 폭염 노출 지속기간도 더욱 길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 증가 경향은 지역별로 차이가 나, 동해안과 영남 및 서남부 일부에서는 2030년대 7월 온도가 4도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원은 또 7~8월 한여름 폭염에 노출되는 지역은 현재 75%에서 2030년대에 95%로 늘어나, 이후로는 전국 대부분 지역이 폭염에 노출됐던 2018년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폭증하는 고령층의 폭염 대응 능력 강화가 주요한 정책 과제가 돼야 한다”며 “노인 온열질환 예방책과 냉방시설, 전력수급 체계의 안정성 보장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020년 대비 2060년의 폭염일수와 폭염노출 위험 고령인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제공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전국 500여개 협력 응급실을 통해 온열질환자의 응급실 방문 현황을 신고받아 누리집(cdc.go.kr)에 정보를 제공하는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20일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1841명(사망 11명)으로, 2018년 4526명(사망 48명)보다는 줄었지만 2011년 감시를 시작한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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