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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국내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북한 통해 유입 잠정 결론

등록 2020-05-07 10:59수정 2020-05-07 21:52

환경부, 역학조사 중간 발표
“국내 바이러스 유전자, 러시아·중국 등과 같은 유전자Ⅱ형”
국내 감염은 멧돼지 사이의 접촉이 유력
울타리 효과 있으나 확산 가능…장기화 대비해야
환경부 제공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국내 야생멧돼지들에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에서 비무장지대를 넘어 유입됐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북한을 통한 유입 가능성은 전문가 사이에 초기부터 제기돼 정부에서도 비무장지대로 넘어오는 멧돼지를 사살하는 등의 조처를 취했으나, 정부 기관이 역학조사를 토대로 공식 인정하기는 처음이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7일 국내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 원인과 전파경로에 대한 역학조사 중간 결과 발표에서 “국내 유입경로는 러시아·중국에서 유행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과학원은 유입 경로로 하천, 매개동물, 사람과 차량 등의 가능성만 제시하고, 정확한 경로를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말 전국에서 확인된 585건의 바이러스가 모두 동유럽인 조지아공화국(2003)·러시아(2017)·체코(2017)·벨기에(2018)·중국(2018)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동일한 ‘유전자Ⅱ형’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북한에서 발병했을 때 어떤 유형의 바이러스가 나왔는지는 국제적으로 보고되지 않았지만, 유라시아 대륙에서 북한으로 유입된 바이러스가 다시 한국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국내 야생 멧돼지의 감염 경로가 밝혀진 것은 질병 발생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정원화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그런 추정의 근거에 대해 “야생멧돼지 첫 폐사체가 비무장지대에서 발견된 이후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점이 모두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인데다, 이번에 바이러스의 유전형이 모두 중국과 러시아에서 확산된 것과 동일하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다른 루트로 들어왔다면 꼭 접경지역에서만 발생할 이유가 없고, 중간에 다른 유전형도 섞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 제공

국내에서의 전파는 감염된 다른 멧돼지 또는 폐사체와의 접촉으로 추정했다. 목욕장, 분변, 토양, 나뭇잎 등에서도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으로 미뤄보아 멧돼지가 가족집단끼리 얼굴을 비비거나 잠자리와 먹이를 공유하고 번식행동을 할 때도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강원 화천·양구, 경기 연천 등 일부 지역은 기존 발생지로부터 수킬로미터가 떨어져있어 수렵활동이나 차량 이동 등 인위적 요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03년 독일 조사 결과 수렵은 자연 상태에서보다 최대 7배 이상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경기 파주·연천 등 일부 지역에서 방역을 위한 울타리 작업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585건 중 99.5%인 582건이 18개의 울타리 안에서 발견됐다는 이유에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해 10~11월 남방한계선 및 민통선 주변에서 최초 발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사이 강원 철원·화천 지역에서 민간인출입통제선 밖까지 확산됐고 지난 3~4월에는 경기 연천과 강원 고성까지 번졌다. 7일 기준 연천 238건, 화천 232건, 파주 97건, 철원 29건, 양구·고성 3건, 포천 2건 모두 604마리가 감염됐다. 환경부는 역학조사를 위해 전국 야생멧돼지 페사체 등 시료 1만6800여건을 검사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585건(약 3.5%)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달 말 전문가 간담회 결과를 공개하며 아프리카돼지열병 장기화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조호성 전북대학교 교수는 국내 발생 지역이 주로 산악지대이기 때문에 평지인 체코 등 유럽 국가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각 지역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환경부 역학조사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전세계적으로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막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이라며 “설악산 이남 백두대간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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