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물 관리의 어려움으로, 정부가 기존에 발전용으로만 썼던 한강의 댐들을 가뭄과 홍수에 대비한 다목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이 강우편중 현상과 가뭄을 더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31일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후변화로 어려워지는 물 관리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해 발전용댐을 가뭄과 홍수 대비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환경부 소속 한강홍수통제소와 산자부 산하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런 내용의 ‘한강 수계 발전용댐의 다목적 활용을 위한 협약’을 오는 1일 체결한다.
협약은 기존 발전용댐을 발전 위주로만 운영하지 않고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등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한강 수계엔 모두 9개의 댐(충주조정지댐은 충주댐의 보조댐)이 있는데 충주·소양강·횡성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발전용이다. 현재 발전용댐에 저수된 물은 발전 목적으로만 쓰이고 가뭄이나 홍수 때는 제한적으로 활용돼 왔다.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는 충주·소양강댐의 지난해 생활공업용수 계약량은 연간 36억㎥로, 전체 공급가능량(40억㎥)의 90%에 이르러 추가 수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앞으로 2년간 화천댐과 팔당댐(저수용량 각각 10억1800만㎥, 2억4400만㎥)은 다목적댐으로 시범 운영된다. 청평·춘천·의암·괴산댐 등의 다른 한강 수계 발전용댐들은 시범운영이 끝난 2년 뒤 전환 여부를 검토한다. 이들 댐은 저수용량이 2억㎥ 이하로 규모가 적은 데다 어업이나 수상레저 활동, 취수원 수원 확보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1944년에 준공된 화천댐이 다목적댐으로 활용되는 건 76년 만에 처음이다. 화천댐과 팔당댐이 앞으로 가뭄과 홍수 대비용으로 쓰이면 댐의 수위를 지금보다 높게 유지하게 된다. 또 북한강에 있는 화천댐을 남한강의 충주댐과 연계 운영해 상대적으로 홍수 피해가 잦은 남한강 수계의 홍수조절능력도 좋아질 것으로, 환경부는 기대했다. 발전용댐의 구체적인 용수 공급량과 홍수조절 효과는 시범운영을 통해 분석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협약으로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가뭄과 홍수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은 연평균 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1.4배가량(지난해 1171.8㎜)으로 많은 편이지만, 강수가 여름철에 편중돼 있고 산악이 많은 지형 탓에 가뭄에도 취약하다. 기후변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면 이런 경향은 더 심해져 홍수기의 물을 저장해 갈수기에 활용하는 방안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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