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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국립공원위원회, 흑산공항 심의 중단

등록 2018-10-02 10:38수정 2018-10-02 20:52

환경부 “사업자가 신청서 보완키로 해 자동 폐회”
환경단체 “일방 중단은 국립공원위원 농락” 반발
서울지방항공청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구역인 전남 신안 흑산도에 건설을 추진 중인 흑산공항 배치 계획도. 환경부 제공
오는 5일 이전 속개될 예정이던 전남 신안 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가 중단됐다.

환경부는 2일 흑산도에 소규모 공항을 건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계획 변경’에 대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이 결정은 지난달 19일 국립공원위원회 회의에서 내려진 결정을 사실상 무시한 것이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이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제124차 위원회를 열었으나, 5일 이전 다시 회의를 열기로 하고 정회했다. 사업자인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이 전날 요청한 심의 연기와 안건의 표결 처리 여부를 놓고 10시간 가까이 격론을 벌인 결과였다

이날 환경부는 사업자가 제124차 위원회 개최 안건으로 지난 2월 제출한 국립공원계획 변경 신청 재보완서를 더 보완해 다시 제출하겠다고 1일 알려옴에 따라 제124차 위원회는 자동 폐회됐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번에는 사업자 쪽이 안건은 그대로 두고 심의 과정에서 보완 자료를 내겠다는 것이었으나, 이번에는 안건 자체를 보완해서 다시 제출하겠다고 해 개최할 안건이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사업자가 심의 안건인 ‘재보완 서류‘를 추가 보완해 ‘재재보완서’를 제출하면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심의 절차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흑산공항 사업자는 속개되는 제124차 위원회에서 공원계획 변경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돼 부결될 수도 있는 최악의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흑산공항 사업 심의를 통해 4대강 사업을 졸속 통과시킨 과거와 단절하려는 모습을 보이려던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계획도 실패했다. 교체설로 힘이 빠진 환경부 수장은 지난 19일 국립공원위 위원장인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사업자의 의사 진행 방해를 방조한다는 눈총까지 받으며 회의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이미 속수무책이었다. 김 장관은 흑산공항 사업을 찬성하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일부 정치권에 맞서 공원계획 변경안에 대한 원칙적 심의를 강조해왔다.

국립공원위원인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의 정인철 사무국장은 “심의를 계속하면 사업 진행에 불리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라며 “환경부가 일방적으로 심의를 중단한 것은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을 농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어 “행정부 내 숨어있던 토건 적폐 세력은 초지일관 흑산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태도로 환경부와 국립공원위원회를 정치적으로 압박하였다”며 “국립공원위원회 회의를 조속히 속행하여 안건을 절차대로 처리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무시할 경우, 문재인 정부 내 흑산공항 심의 관계자 모두 응당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흑산공항 사업은 국비 1833억원을 들여 전남 신안 흑산도의 섬 일부를 깎고 바다를 매립해 정원 50명 규모의 항공기가 운항할 수 있는 길이 1160m의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을 건설하려는 것으로, 섬 주민 교통 불편 해소와 관광 활성화, 환경 훼손과 경제성, 안전성 등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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