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장식 축산과 후진적인 동물복지 정책이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할 적폐'라며 동물보호·복지국을 신설해 체계적인 동물복지 정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농림축산식품부가 20일 내놓은 살충제 달걀 안전관리 강화방안 가운데 농장 차원의 개선안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안전한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자의 책임을 강화한다.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 농가 교육, 동물 약품 관리 강화, 친환경 진드기 약제 개발 보급, 잔류농약 검사 시스템 개선 등. △재발 방지를 위해 선진국형 친환경 동물 복지농장 확대, 친환경 인증제 개선 등 대책을 조속히 마련한다. 사육환경표시제 도입, 친환경 인증기관 책임 강화 등.
재앙은 반복되지 않을 것인가.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21일 오후 서울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문했다. 동물보호단체의 의견을 들었다. <한겨레>는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김현지 카라 정책팀장과 전화로 인터뷰하고, 답변을 종합해 Q&A로 정리했다.
-동물복지 농장 확대까지 갈 길이 멀다. 국내 현실에 비춰 언제, 어떻게 시행이 가능할까?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이하 조희경) “경제적 문제를 따지는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연구가 대안 발표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유럽연합은 1990년대부터 이 문제가 이슈화돼 2003년부터 배터리 케이지 사육농장의 신규 진입을 금지했다. 우리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 적어도 2020년에는 신규 진입을 금지하고 노후 시설 교체 시에도 배터리 케이지로 바꾸는 것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 해외 사례를 비춰봤을 때 대다수 농가로 확대될 때까지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항생제라고 동물복지 좋을까?
-동물약품 관리 강화, 친환경 진드기 살충제 개발 등의 개선안은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는데.
김현지 카라 정책팀장(이하 김현지)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해결 방안이다. 밀집 사육에서 살충제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은 동물의 고통이 인간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에 산란계 농가를 전수 조사한 자료를 보면, 동물복지 축산 인증을 받은 곳은 10%에 불과하다. 전체 사육 마리 수로 계산하면 1% 남짓이다. 어떤 살충제를 규제한다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동물복지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
조희경 “친환경 인증 제도의 확대만 가지고는 안된다. 인증의 조건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보편적 동물복지의 기준을 먼저 마련하고 인증은 그 다음 문제이지만, 이왕 시작했으니까 일단 가되, 산란계의 환경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농림부와 식약처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 25곳을 추가로 발표한 17일 경기도 양주시 한 농장에서 양주시청 직원들과 농장관계자들이 달걀 전량을 폐기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친환경 인증 강화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적 대안은 없다. 제안을 한다면?
김현지 “조류인플루엔자(AI)가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듯, 전면적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또 다른 재앙이 반복될 것이다. 많이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항생제 남용도 그렇다. 무항생제 축산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친환경 인증의 허점이자 실제로는 동물복지의 개념이 상실된 부분이다. 단편적인 예로 케이지에 기르면서 사육할 때는 항생제를 쓰다가, 출하 전 마지막 두 달 정도 잔류 항생제를 검출하는 기간에는 항생제를 안 쓰는 농장이 태반이다. 방목형 농장에서 닭들이 돌아다니다가 질병에 더 많이 노출될 것이라 오인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복지 축산일수록, 동물의 습성을 존중하는 농법일수록, 인위적 약품을 써야 하는 필요성 자체가 줄어든다.”
조희경 “2000~2005년 항생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하면서 2007년부터 무항생제 인증을 시작했다. ‘해프닝성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때때로 항생제 처방을 받듯, 동물에게도 필요할 때는 써야 한다. 무항생제 축산 인증 농장에 가본 적이 있는데 말이 안 되더라. 그 농장은 시름시름 아픈 애들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한 쪽에 몰아놨더라.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무항생제 인증을 받으려면 항생제를 못 써서 그런다고 했다. 항생제를 적절하게 써야 할 때는 안 쓰고, 안 써야 할 때는 편법으로 쓰는 환경이 혼재돼 있다. 앞으론 동물복지 인증과 유기 인증만 남겨놓고 보편적 동물복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물복지란 비싸지 않다”
-동물복지 축산을 하면 비용이 많이 들까?
조희경 “물론 가격이 조금은 올라갈 것이다. 배터리 케이지에서 닭을 훨씬 많이 키울 수 있으니까. 하지만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유통 구조다. 대기업의 판매망에 기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최근 언론에서 일반 축산과 유기 축산을 비교해 동물복지 축산을 할 경우 계란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비교하기도 했는데, 잘못된 예시다. 유기 사료가 비싼 건 당연하다. 동물복지 축산은 비싸지 않다. 마트에 가서 '동물복지' 마크가 표시된 중소기업서 출하된 달걀값은 오히려 대기업이 유통하는 배터리 케이지 사육 ‘친환경' 달걀값과 대동소이하다.”
-정부 개선안에서 기대하는 점은?
조희경 “농장 사육환경 표시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는 막연히 동물복지 인증 마크만 보고 소비자가 정보를 알 수 있었는데, 사육환경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가 정보를 가지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김현지 “문제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식품 안전 이슈가) ‘동물복지' 문제로 연결되어 표출된 적이 없었는데, 축사의 근본적인 환경 개선, 동물복지의 주류화가 없이는 안 된다는 점을 청와대나 정부에서 인식했다는 점은 환영할만하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