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네셔널(HSI)의 ‘안먹을개’ 캠페인에서 개농장 모습을 촬영한 가상현실(VR)을 체험하고 있다. 임세연 교육연수생
네 마리의 새끼들을 지키려는 ‘릴리’, 한쪽 다리가 부러져 오른쪽 앞발이 굽은 ‘샐리’, 도사견 ‘줄리어스’는 식용견이다. 이들과 같은 농장의 식용견 200여 마리가 일렬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녹슨 철망에서 지내는 모습이 보인다. 바닥에서 약 1m 떨어진 이 철망은 일명 ‘뜬장’이다. 뜬장 밑엔 썩은 배변이 쌓여있다. 뜬장 안엔 40~50kg의 대형 도사견들이 사람을 발견한 듯 짖고 철망 안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 앉고, 서고, 누울 수 있는 정도의 크기다. 도사견이 아닌 치와와, 몰티즈, 그레이트 피레니즈, 비글 등 품종견들도 보인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4분짜리 영상 끝부분에는 선택이 남는다. “여러분이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어떨 거 같나요? 작고 지저분한 철망 위에서 맨발로 평생을 서서 더위와 추위 그리고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살아야 한다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진행하는 가상현실(VR) 영상 체험은 평생 개농가의 뜬장에서 살다 죽는 개들의 모습이 나온다. 이 영상은 국제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이 올해 1월 강원도 원주의 농가에서 식용견을 구출하면서 촬영한 영상이다. 훈련사 강형욱씨가 나레이션을 했다.
김나라 HSI 캠페인 매니저는 “낙후된 케이지, 철판으로 덮어둔 천장, 꺼진 바닥 등 식용견 농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담았다”며 “농장에 가보면 식용견과 반려견 구분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시장에 유통된 개 중에는 목줄을 하는 개들이 종종 발견되며 이들의 대부분은 버려진 유기견”이라고 설명했다.
평일 오전에도 불구하고 영상 체험은 지나가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복날을 지나며 커지는 ‘개 식용 찬반 논쟁’에 더해 저마다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체험에 참여한 영등포구 주민 조은봄(22)씨는 “평소 개 식용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단순히 개만의 문제로 보는 게 아니라 다른 가축의 복지까지 논의가 확대돼야 한다”며 동물보호단체가 주장하듯 공장식 축산의 개선을 요구했다.
또 다른 참여자 임성준(30)씨는 “개 식용은 안 된다고 무작정 말하기보단 사람들한테 ‘개 식용을 위해 개들이 고통스럽게 길러지고 잔인하게 죽는다’처럼 왜 안 되는지 알려줘야 한다”며 “무조건 개라서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는 합법화를 한 다음 조율하면서 차츰 없애는 방법으로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단계적 해법을 제안했다.
이 가상현실 영상은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15일까지 볼 수 있다. HSI는 2014년 12월부터 8개 식용견 농가의 전업 또는 폐업을 지원하며 850여 마리의 개를 구조해 미국과 영국으로 보냈다. 그 개들은 외국에서 새 가족을 만났거나 만날 예정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임세연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