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과 수족관을 운영하려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동물원법이 이달 30일 시행된다.
환경부는 23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동물원법은 이달 30일부터 시행된다.
동물원법의 의미는 동물원과 수족관을 정부가 관리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데에 있다. 법에 따르면 동물원과 수족관은 지자체에 등록을 해야 한다. 그동안 동물원이나 수족관의 설립과 등록이 ‘공원녹지법’, ‘자연공원법’ 등으로 분산돼있어 체계적인 파악과 관리가 어려웠는데 이를 일원화하는 것이다. 야생동물 10종 50개체 이상을 보유, 전시하는 동물원 46곳과 수조 용량 300㎡ 또는 바닥면적 200㎡ 이상 수조에 해양 또는 담수 생물을 전시하는 수족관 10곳이 대상이다.
등록과 함께 휴원이나 폐원을 할 때도 신고서를 시, 도지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또 매년 2월 말까지 보유 생물종 목록, 보유 생물의 반입과 반출, 증식 등 관리 기록, 연간 개방일수 등 운영과 관리에 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또 동물원은 적정한 사육환경, 인력을 요구받는다. 동물원은 동물 숫자에 따라 1~3명 이상의 사육사가 필요하고 수의사 1명 이상이 있어야 한다. 수족관은 고래같은 해양포유류를 사육하는 경우 수의사나 수산질병관리사 1명 이상, 사육사는 동물 숫자에 비례해 1~3명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
동물원이나 수족관과 관련해 처음으로 만들어진 법안이기에 한계도 뚜렷하다. 동물원법만으로 동물원이나 수족관의 사육환경을 개선하기 쉽지 않다. 법안에서는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적정한 서식환경 제공, 보유 생물 질병 관리계획, 휴·폐원시 보유 생물 관리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했지만, 동물별 사육환경, 개체 수 당 사육시설 면적 기준 등 실제로 동물원 동물의 서식환경을 바꾸도록 강제하는 내용은 빠져있다.
환경부 자연보전국 생물다양성과 노희경 과장은 “야생생물법에 사육시설기준이 있는 종은 그걸 적용하면 된다”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동물원도 이 기준은 지키고 있다. 결국 새로운 사육시설기준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위반해도 처벌수준이 낮아 기업형 동물원에는 규제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 학대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외 다른 조항을 어기면 과태료 처분만 받는다.
이 법은 2013~2016년 전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과 여러 동물보호단체가 법안을 마련해 국회 통과를 이끌었다. 하지만 애초 법안보다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야 합의안을 마련한 뒤에도 당시 여당 의원의 반대로 법안이 대폭 수정됐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원의 폐쇄 권한을 가진 허가제 도입, 규정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아닌 징역형으로 처벌 기준 상향, 동물원 운영에 민간이 참여하는 동물원관리위원회 설치, 환경부장관의 사육부적합종 지정 등이 빠진 ‘반쪽짜리 법안’이라고 비판해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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