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만지거나 사진 찍는 카페 늘어
대부분 ‘10종 50개체’ 미달해
관련법 적용 안받는 사각지대
동물·사람 불문하고 안전성 우려
“사실상 실내동물원…규제장치 필요”
한 동물카페에 있는 새끼 왈라비를 보고 손님이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달 27일 찾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동물카페. 캥거루과 동물인 왈라비 새끼 수컷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북극여우 한 마리가 왈라비의 목덜미를 물려고 하자 카페 직원이 막았다. 카페 쪽은 “동물원이 개체수 조절을 해야 하는데, 동물원에 아는 사람이 있어 왈라비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라쿤, 사향고양이 등 카페 안의 동물들은 230여㎡(약 70평) 되는 공간에서 손님들 발 아래를 자유롭게 지나다녔다. 몇몇 동물은 실내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는 정형행동(우리에 갇힌 스트레스로 반복된 행동을 하는 것)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 청파동의 또다른 동물카페에는 설치류 중에 가장 몸집이 큰 카피바라가 있다. 카페 쪽은 “지방의 한 동물원에서 한달 전쯤 사례금을 지불하고 카피바라를 데려왔다”고 말했다. 너구리과의 라쿤 3마리도 보였다.
동물을 만지거나 사진 찍으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동물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운영 방식이 페팅 동물원(petting zoo·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는 동물원)과 거의 다를 바 없지만, 동물 산업 관련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보면 개, 고양이, 토끼, 기니피그, 햄스터, 페럿 등 6종의 전시업소는 법이 정한 인력과 시설 기준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왈라비나 라쿤 등 나머지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것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카페 직원이 새끼 왈라비를 만지고 있다.
왈라비가 우리로 들어갔다. 카페에서 함께 키우는 라쿤이 왈라비 우리 위에 올라갔다.
적정한 서식환경 제공, 반입·반출 기록 등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의 규정도 피해갈 수 있다. 대부분의 동물카페는 동물원 기준인 ‘10종 50개체’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왈라비, 북극여우, 양, 카피바라, 미어캣 등을 사고파는 일도 불법이 아니다. 국제적 거래가 금지된 멸종위기종이나 국내법상 천연기념물 등이 아니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는 동물카페에 적용되는 관리 기준은 식품위생 관련법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 보건소 관계자는 “동물이 주방에 안 들어가도록 위생 문제만 관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많은 카페 관계자들은 나름대로 동물을 ‘애지중지’한다. 하지만 동물 복지와 사용자 안전 차원의 문제점이 적지 않다. 동물들은 영업이 끝나는 늦은 밤까지 밝은 조명에 노출돼 있다. 쉬지 않고 먹이를 받아먹기도 한다. 날카로운 이빨로 다른 동물이나 사람을 공격할 위험도 있다. 카페 벽에는 “다칠 경우 카페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글귀만 적혀 있다.
이에 대해 동물카페 운영자들은 “먹이는 조절한다. 집에서 키우던 동물이라 조명이 밝아도 된다. 함부로 만지지 말라는 뜻에서 ‘책임지지 않는다’고 써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동물카페는 또다른 실내 동물원인데 아무런 규제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생태계 교란, 인수공통전염병 발생도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왈라비 우리 근처에 사향고양이가 있다. 카페 쪽은 육식, 초식, 잡식 동물이 한 공간에서 살 수 있는 이유는 한집에서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극여우가 문을 긁고 있다. 북극여우는 카페 안을 뱅뱅 돌았다.
라쿤이 손님의 가방을 뒤졌다.
미어캣 방은 여러 놀이기구가 많았다. 일반 동물원의 미어캣 전시 시설만큼 넓었다. 강아지 훈련이 전공이라는 직원이 10~15분 간격으로 손님의 입장을 관리했다. 하지만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는 지켜지지 않았다. 미어캣은 카페 사장의 집에서 키워온 6개월~1년 된 어린 개체다.
서울 용산구의 한 동물카페에는 생후 6개월 된 카피바라가 있다. 동물원에서 왔다.
라쿤 방에서 손님이 라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카피바라는 50㎏ 이상으로 자란다. 초원이나 늪에서 헤엄을 칠 수도 있다. 동물원과 흡사하게 꾸며놓은 전시장에서 카피바라가 사료와 과일을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