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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숨막히는 미세먼지 해결할 구세주는 바로 ‘우리’ 공동체”

등록 2017-05-10 10:25수정 2017-05-18 16:18

【짬】 첫 환경 에세이 펴낸 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이 갓 나온 첫 환경에세이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를 소개하고 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이 갓 나온 첫 환경에세이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를 소개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를 일으킨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근본 해법은 무엇인지 알려 드립니다.” 중국발 최악의 황사와 미세먼지로 며칠째 숨쉬기조차 힘든 와중이다. 귀가 솔깃하다.

“질 좋은 마스크, 공기청정기, 지역별 경보 시스템, 친환경 자동차… 물론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미세먼지를 해결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습니다. 가장 심각한 원인제공자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부터 전면 중단하고 폐기해야 합니다.”

이 단호하고 자신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오기출(56·사진) 푸른아시아 사무총장이다. ‘고물상 소년에서 유엔이 주목하는 글로벌 환경 리더가 되다’(<한겨레> 2015년 8월21일치)로 화제를 모았던 그다. ‘기후 위기의 현실과 해법’을 담은 첫번째 환경 에세이집을 들고 온 그를 최근 다시 만났다.

‘한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개의 복이…’
‘민주화’ 다음 과제로 ‘기후변화’ 주목
몽골 등 사막화 방지활동 20년 정리
“문 당선인 ‘미세먼지 특별기구’ 기대”

‘기후재난 해법’ 한국 정·재계 무관심
“당장 삶의 방식 전환해야 살아남아”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사우 펴냄). 그는 책 제목을 정하는 데 무척 고심했다고 했다. “출판사 쪽에서 예비 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해봤어요. 몇가지 가제와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한 거죠. 물론 경품도 내걸었고요. 그런데도 당선작은 건지지 못했어요. 결국 평소 제가 입버릇처럼 해온 말로 정했죠.”

실제로 책의 제목에는 그가 지난 20년 동안 몽골과 미얀마의 사막화지대에서 기후 난민들과 함께 펼쳐온 활동이 그대로 담겨 있다. 책에는 나무 심기를 통한 마을공동체 되살리기 운동의 과정과 성과와 의미가 다양한 일화들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80~90년대 민주화운동 이론가였던 그는 2000년 지구온난화 현상이 가장 빠르게 나타난 곳인 몽골을 찾아갔다. 상상했던 광활한 초원이 아니라 모래바람 휘몰아치는 황량한 모래땅이었다. 사막화로 풀이 사라지고 물도 마르자 목축을 하던 유목민들은 낯선 도시로 떠밀려가 환경 난민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그와 푸른아시아 활동가들은 그 메마른 땅에 아직 남아 있던 주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그루씩 심어 가꾼 나무가 숲이 되자, 차츰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누렇다 못해 시커먼 모래먼지가 가라앉자, 떠났던 주민들이 돌아오면서 마을공동체가 되살아났다. 몽골에서만 17년간 7개 지역 1만4천여명의 환경 난민들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었다. ‘천 개의 복’이 따로 없다.

그 공로로 2015년 6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 수여하는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상을 받은 그는 이후 아시아 26개 나라 55개 단체가 연대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아시아 시민사회 콘퍼런스’ 조직위원장으로서 ‘테라시아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다. 유엔은 기후변화와 사막화로 고통받고 있는 지구촌 160개 나라에 푸른아시아 모델을 대안으로 권고하고 있다.

‘나무를 심는 일은 온실가스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만드는 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나무 한 그루를 심고 관리하다 보면 어느새 내 가슴에도 푸른 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자연을 파괴하는 존재였던 인간이 나무를 심으면서 생명을 살리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나무 심기 운동은 ‘파괴’에서 ‘살림’으로 인간의 의식을 진화시키는 운동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의식의 진화 없이 해결할 수 없다. 일생 동안 나무 열 그루 심기를 실천한 사람들이 모이고, 그 수가 많아질 때 인류의 의식은 진화할 것이다.’

애초 그가 책을 쓰면서 구상한 제목은 ‘루트 시프트’였다. “우리말로 ‘뿌리 이동’쯤 되겠죠? 개인 의식의 진화를 통한 삶의 방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미 미세먼지의 습격 사태를 겪으며 실감하듯, 기후재난은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라고 해도 혼자만 안전할 수 없고, 한·중·일은 물론 태평양 너머 북미 대륙까지 영향을 받잖아요? 이처럼 지구촌이 하나로 묶여 있는 만큼 해결도 함께 해야 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기후재난 해결의 주체는 ‘각성한 개인과 개인들이 손잡고 만든 커뮤니티’다. ‘빌 게이츠나 테슬라 같은 대자본가나 대기업이 나서서 전기자동차와 태양열 저장장치 같은 기술 개발을 통해 순식간에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지구공학 해법은 너무 위험하다’고 그는 경고한다.

“유엔에서 상을 받으면서 환경 관련 국제회의나 행사에 자주 참가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의문이 들어요. ‘한국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지?’ 미국과 중국은 환경문제를 두고도 주도권 경쟁을 치열하게 펴고 있고 일본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과 재계는 답답할 정도로 구태의연하고, 정치권은 지금껏 관심이 별로 없어요.”

그는 “그나마 이번 대선 때 각 후보 진영에서 ‘표를 의식한 듯’ 다투어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고 비중 있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 가운데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대책 특별기구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한 문재인 당선인의 안이 기대를 모은다”고 평가했다. 공약에는 ‘석탄화력발전소 대책으로 30년 이상 노후 10기를 폐기하고, 현재 공정 10% 미만 9기는 원점에서 재검토하며,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함으로써 임기 내 30% 감축한다’는 방안도 들어 있다.

그에게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한마디를 다시 한번 물었다. “당장 전환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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