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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동물원은 동물들의 집이니 관람객도 예의 갖춰야죠”

등록 2017-05-08 20:19수정 2017-05-15 14:09

【짬】 ‘동물복지권’ 운동 이화여대 동아리 그리니즘 프로젝트

왼쪽부터 이화여대 ‘그리니즘 프로젝트팀’의 김유나·강소정·김나연·하지수씨.
왼쪽부터 이화여대 ‘그리니즘 프로젝트팀’의 김유나·강소정·김나연·하지수씨.

“우리에 갇힌 전시동물들에게도 환경권이 있다.” 대학생들이 동물원 전시동물 지킴이로 나섰다. 국제리더십학생협회(AIESEC·아이섹) 이화여대지부 동아리 ‘그리니즘 프로젝트팀’은 ‘동물원 동물들의 벚꽃엔딩’ 제목으로 동물원의 환경을 바꾸기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오는 25일까지 150만원 모금을 목표로 삼았는데 8일 기준 223만5000원으로 이미 초과달성했다.

수의학도 학생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이 함께하고 있는 이번 펀딩의 순수익은 전액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에 전달되어 전시동물 권리 보장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활동 중인 그리니즘의 하지수(23·국제학과3), 김유나(23·중어중문학과4), 강소정(21·행정학과4), 김나연(22·환경공학과3)씨를 지난 4일 서울시청 근처에서 만나 취지를 들어봤다.

동물원 전시동물 위한 크라우드펀딩
‘동물들의 벚꽃엔딩’ 한달만에 초과
서울동물원에 전달하려 했으나 거절
전시동물 권리보장 보호단체에 기탁

“각 나라 기후환경 맞는 동물만 전시”
국외사례 조사해 법·제도 개선 제안

프랑스의 파리동물원은 2014년 동물원을 재개장하면서 코끼리와 곰 전시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십 킬로미터를 걷는 코끼리에게 동물원은 답답하기 때문이다. 곰과 같은 육식성 대형 포유류에게 동물원의 좁은 우리는 감옥같이 느껴질 수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 바이오파크 동물원에서는 기린을 보기가 힘들다. 기린은 이곳이 동물원인지도 모를 정도로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걸어다닌다. 늘어진 숲 사이에서 엉덩이만 겨우 알아볼 수 있다. 동물마다 내용도 부실한 이름표가 하나씩 붙어 있는 좁은 우리가 아니라 기린·얼룩말 등 여러 초식동물이 함께 거니는 모습을 보면 야생에 나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미국 뉴욕의 퀸스 동물원은 북아메리카에 사는 동물만 전시한다. 동물원에서 살아야만 한다면 야생 서식지의 기후와 같은 기후의 동물원에서 살아가도록 배려한 것이다.

한국의 동물원은 어떨까. 발목에 사슬을 묶은 코끼리도 있고, 좁은 우리에서 개 사료를 먹는 곰도 있다. 맹수가 유리로 된 사육장에 갇혀 고양이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실내동물원도 있다. 북극에 살아야 할 북극곰이 얼음을 양팔로 껴안고 혹서기를 보낸다.

올해로 10년차인 그리니즘 프로젝트는 지난해 하반기 강씨의 제안으로 한국의 동물원을 미국이나 유럽처럼 ‘미래 동물원’으로 바꿔갈 것을 제안한다. 강씨는 “미국 애리조나의 소노라 사막 동물원은 사막에 사는 동물만 있다”며 “한국 토종 동물을 소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늑대, 호랑이, 담비, 수달처럼 우리 땅에 터를 잡고 살아온 토종 동물만 소개하고 관람객에게 생명존중과 동물복지 차원에서 다른 나라 동물을 전시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은 처음에 펀딩으로 모은 돈을 과천 서울동물원의 야생동물을 위한 후원인 동행기금에 전달하려 했다. 아기 코끼리를 위한 장난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동물원 쪽에서는 거절했다. 학생들은 “동물원 환경을 개선하자는 제안이 동물원 관리 당국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물원이 열린 자세를 보여주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하씨는 “일부 동물원 시설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도 알고 있다. (동물원이) 정보공개를 제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동물원이) 민간과 협력을 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나연씨는 지난해 겨울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서울동물원의 조류가 폐사한 것을 두고 “대처를 빨리 할 수 있어야 했다. 동물을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이 동물원에서 일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동물원에 대해 이처럼 ‘직언’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동물원 전시동물의 생활을 많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 활동가와 동물원 관련 책을 쓴 저자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서울동물원과 대전오월드를 직접 다녀왔다. 그제야 전시동물들의 고통받는 삶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하씨는 “대전오월드의 조류사가 특히 안 좋았다”고 기억했다. 강씨는 “전에는 동물원에 가면 그냥 즐거웠다. 하지만 같은 물길로만 헤엄치는 물범이나, 자기 깃털을 뽑는 독수리 등 정형행동(동물원 동물이 보이는 반복된 행동)을 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동물원의 변화를 촉구했다. 하씨는 “우리 동물원도 달라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상업적 목적이 가장 앞선 것 같다. 인식이 바뀌고 법을 만들어야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강씨는 “동물원에 살기 적합하지 않은 동물은 전시하지 않고, 국내 기후에 맞는 동물만 전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동물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당부했다.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행동 변화가 있어야 동물원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유나씨는 “아이 어머니는 동물원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아이가 좋아하니까 체험동물원(소동물을 만지거나 먹이주는 동물원)에 간다. 동물원을 안 갈 수 없다면 체험활동이라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김나연씨는 “동물원은 동물들의 집이다. 우리는 손님의 자세로 주인에게 예의를 갖추자”고 제안했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s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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