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주가 지난 사막여우 새끼. 국립생태원 제공
국립생태원에 사는 야생동물이 늘고 있다. 밀수 적발, 압류 등으로 들인 멸종위기종을 수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생태 연구에 중심을 두고 출발한 생태원이 설립 취지와 달리 동물원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부는 국립생태원 사막관에 사는 사막여우 5마리 중 한 마리가 지난달 30일 새끼 3마리를 출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에 출산한 사막여우는 2014년 4월 아프리카 수단에서 밀수로 들여오다 적발된 개체 중 하나다. 이번 출산으로 생태원에 사는 사막여우는 10마리로 늘어났다.
전 세계 기후대에 맞는 식생과 생물을 소개하는 국립생태원에는 지난 3월 말 기준 294종 3901마리의 동물이 있다. 개원하면서 들인 동물이 대부분이고, 어류가 3263마리로 가장 많다. 사막여우처럼 밀수하다 적발됐거나 개인이 데리고 있다 압류 혹은 자진신고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12종 29마리다.
적발 또는 압류된 동물은 주로 동물원에서 볼만한 동물이다. 사막여우 10마리, 검은손긴팔원숭이 1마리, 흰손긴팔원숭이 1마리, 노랑뺨긴팔원숭이 1마리, 비단원숭이 4마리, 검은술비단원숭이 1마리, 순다늘보원숭이 2마리, 버마비단뱀 2마리, 레드테일보아 1마리, 사바나왕도마뱀 1마리, 물왕도마뱀 1마리, 멕시코도롱뇽 4마리 등이다.
국립생태원은 이들을 위한 사육 공간을 늘리고 일반인을 상대로 한 전시를 계획 중이다.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재난 상황에는 조류를 격리하고 평소에는 원숭이들의 공간으로 활용할 에코케어센터(668㎡)가 다음달 개장한다. 비단뱀이나 왕도마뱀이 지낼 동물배후시설(860㎡)도 지난달 새로 만들었다.
국립생태원 쪽은 “에코케어센터 안에 영장류 야외 방사장을 만들었고 관람객에게 공개한다. 파충류는 번식을 잘하기 때문에 배후시설에서 포육하다 전시실로 보낸다”며 전시 계획을 밝혔다.
동물보호단체는 생태원의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동물원으로 변질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아무 곳이나 보내면 안 된다. 불법으로 들여온 외래동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별도 시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밀수 동물을 수용·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는 공영 동물원이 그 수용을 거부하면 환경부 산하인 국립생태원이 떠맡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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