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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길냥이 번식 막기 수술 대신 주사로

등록 2016-07-17 15:50수정 2016-07-17 23:30

중성화 수술 한 길고양이.  한겨레 자료사진
중성화 수술 한 길고양이. 한겨레 자료사진
농림축산부, 백신 개발 용역 발주
8억 투입…‘20만마리 서식’ 서울시 요청
성공땐 전국 매년 수십억 예산 절약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정부가 길고양이용 중성화 백신 개발에 나섰다. 지금까지 고양이들은 배를 갈라 자궁을 빼내거나 고환을 잘라내는 외과수술인 티엔아르(TNR·중성화 수술)를 받았는데, 연구가 성공하면 주사만 맞으면 된다. 전국 지자체가 지출하고 있는 수십억원의 중성화 수술 예산도 절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에 ‘고양이 불임 백신 개발 및 실용화 연구’에 대한 연구용역(2016년 5월~2018년 말)을 발주했다고 17일 밝혔다. 총 8억원의 정부 출연금 가운데 2억원은 집행했고, 6억원도 순차적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개발 중인 중성화 백신은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다. 고양이의 시상하부에서는 성 성숙을 돕는 호르몬(GnRH)이 나오는데, 이를 재조합하고 양을 늘려 ‘변형 호르몬’을 만든다. 이를 고양이 몸에 투입하면 고양이는 변형 호르몬을 침입자(항원)로 인식해 항체를 만든다. 항체가 생긴 고양이는 기존의 성 성숙을 돕는 호르몬(GnRH) 기능을 차단하게 되고, 성 성숙을 유도하는 호르몬(LH, FSH)의 분비가 억제돼 결국 난소와 고환이 기능하지 못하게 되는 원리다.

이 연구는 서울시가 적극 요청했다. 서울에는 16만~20만마리의 고양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둔촌동, 청담동, 종로5·6가동 등 12개 지역에서 표본조사를 해보니, 1㎢당 359~440마리의 길고양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티앤아르 사업을 시행해왔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70%는 돼야 하는데 포획 어려움 등으로 인해 중성화 수술을 받은 비율이 평균 10%에 불과했다.

연구가 성공한다면, 길고양이 포획과 수술, 방사 등 중성화 사업에 드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시가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에 쓴 예산은 10억210만원(7777마리)이다. 전국 17개 시·도를 합치면 31억3900만원(2만6306마리)이고, 반려·유기 고양이 등 민간 비용까지 합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일부 수의사는 외과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데다, 백신이 호르몬 이상을 불러 암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냈다. 그러나 연구책임자인 최인수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개체마다 면역학적 반응이 달라 100% 성공을 속단할 수는 없지만, 외과수술보다는 고양이에게 덜 괴로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수컷 쥐를 상대로 한 실험까지 마쳤다. 사람과 달리 배란기 계산이 어려운 고양이 암컷 대상 실험과 항체 유지 기간이 관건이지만, 이론적으로는 연구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티엔아르를 실시하고 있지만 (길고양이로 인한) 민원이 여전하다. 주사만으로 중성화를 할 수 있다면 길고양이 관리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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